



5일장을 핑계로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고 약을 타 올 계획이다.
이곳 산골 마을은 버스 시간표가
애매하다. 오전에 한 대는 이미
지나갔고 오후 1시 20분경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저 멀리 사람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전주인인 아랫집
아저씨이다. 자차없이 산골에서
30년 이상을 사신 아저씨는 인근에
있는 00 휴게소에서 근무하신다.
새벽 6시에 출근하셔서 집으로
퇴근하면 오후 7시경이 된다고 한다.
오늘은 모처럼 휴무라 시장에 가서
약을 살 예정이라 한다.
산골 깊은 곳이라 버스가 잘 다니지
않아 아저씨는 콜택시를 불러
출근 하신다. 퇴근 때는 직장에서
동료들이 읍까지 태워줘서 읍에서
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불러
집으로 오신다고 한다.
그러니까 길에다 교통비로 소비하는
돈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산골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일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저씨 지론으론 어차피 자차가
있어도 기름값이며 보험료와 관리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마음 편히
생각하며 일을 하신다고 한다.
삼시세끼 식사는 모두 직장에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장점을 찾아 긍정적으로
사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저씨는 그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농사를 지으시고 집근처를 지상
낙원처럼 꾸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다. 휴무일 때는 새벽부터
예초기 돌리는 소리가 산천을 울리며
자연을 깨우고 사람을 일으키게 한다.
불 지피는 연기와 함께 부지런한
열기가 온 동네에 촤르륵 퍼지는
느낌을 주고 계신다.
나와 남편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부지런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살았다. 산골로 이사오니
이곳에 와서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부지런한 사람들 뿐이다.
어쩜 다들 부지런하신지...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전주인 아저씨는 물론, 앞집.
윗집. 반장님댁~ 사람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부지런하다.
넓은 터에 사람 하나 사지 않고
손수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웃들.
농사에 본업은 따로 있는 전주인과
윗집. 앞집 사람들.
그들을 본보기로 내 삶을 반성해 본다.
'수고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란 없다.'
며 툭하면 이 말을 상기시키며 말을
꺼내는 남편. 맞다. 나는 실감한다.
산골생활의 많은 부분을 절절히
느끼며 살고 있다.
전주인 아저씨는 약국에 가서
볼 일을 보고 바로 택시를 불러
집으로 와서 밀린 일을 할 계획이라며
나보고 노각과 호박을 줄테니
둘르라고 했다.
전주인 아줌마는 일주일에 삼일을
신장 투석을 하는 환자분이다.
아저씨가 부인 병수발까지 담당하고
계시니 얼마나 부지런한 분인지
짐작이 간다. 오늘도 아줌마가
따로 복용하는 약을 사기 위해
외출한 거라고 하셨다.
태풍이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비도 간간이 오고, 우중충한 어둠이
깔린 을씨년스런 날씨였다.
시장에서 3시간후 도착하는 버스
시간에 맞춰 볼일을 보고 이것 저것
필요한 물건을 사갖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그때부터 비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전주인 아저씨
집에 둘르니 커다란 늙은 호박을
비롯해 둥근 호박. 단호박. 노각을
많이 따 놓으셨다. 혼자 가져갈 수
없으니 남편 퇴근 후 차로 갖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둥근 호박 두개를 시장가방에
넣고 아저씨께 지역화폐를 건넸다.
도저히 공짜로는 미안해서 먹을 수
없는 양이었다. 고맙기는 하나 매번
얻어 먹는 것도 염치가 없고, 부담이
되어서 아저씨께 적은 금액이나마
드리니 마음이 편하다.
집에 도착하니 방송국에서 전화가
와서 긴 통화를 마쳤다. 이사온지
다섯달째. 산골생활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으니 글과 사진을
보고 TV 방송국 세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곳 생활을 촬영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전화였다.
이전에 두곳의 방송국 제작진에게는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
이번 방송국 제작진은 무척 아쉬워하며
방송을 참고해 보면서 연락을 해 달라며
문자를 남겨 주었다.
실제로 나는 남에게 특별히 보여 줄 게
없는 평범한 산골 생활을 살고 있다.
그것을 제작진에게도 재차 강조했다.
산골로 이사온지 일년이 안됐고,
넓은 터에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
작은 텃밭에서 몇가지만 심고 먹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방송에 어떻게
내 보낼 수 있을까?
그보다 나는 이곳의 부지런한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공개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덤으로 촬영할 수는 있겠다 싶다.
그러나 윗집의 반대가 있었고, 지금의
계절은 이곳의 지역 특성상 수확하는
결실의 작물은 거의 끝난 것도 같다.
좀더 이곳에 적응해서 집도 예쁘게
꾸미고 편리하게 집을 수리하고
멋지게 사는 삶이라면 좋을텐데...
좀 아쉽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이사온 게 아니라서 불편한 공간이 많다.
또한 나는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기에 부끄러울 뿐이다.
어쨌거나 산골생활은 낭만과 여유가
다가 아닌 불편함과 부족함도 많은
평범한 곳이라는 것을 방송국에서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방송은
오로지 멋진 곳만 촬영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이 점을 나는 또
강조하고 싶다.
( 2021. 8. 25.수/ 글: 김영순)
★사진설명-1. 모처럼 휴무에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임에다 많은 농작물을
따서 주셨다. 2. 전주인 집마당앞-돌.나무
등으로 새집을 만들고 계절별로 피는
꽃들을 다양하게 심고 가꾸신다.
3. 앞집에서 준 건조장에서 갓나온
차풀-차로 마시는 풀이라하여 차풀임.
항암작용. 눈의 피로회복. 간기능
개선에 효능이 탁월한 약초임.
4. 윗집에서 아로니아를 따 가라해서
구경을 했다. 오미자 밭을 비롯해 넓은
농지에 다양한 작물이 가득하다.
이곳을 관리하려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였을까?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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