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넘어가는 오후.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마중 나갔다.
앞이 막힌 샌들에 막대기 하나.
집 마당 앞 중심 도로에 고양이
한마리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고양이가 놀라 도망가는 것이 아닌
내가 깜짝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 아! 이놈의 고양아~ 깜짝 놀랐잖아'
막대기를 꽉 부여잡고 숨 한번을
고르고 발걸음을 옮기자 고양이는
그대로 앉아 나를 쳐다 보고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이런~ 눔이 있나? 네 코가 고양이
임을 증명하는군. 그럼 그렇지.
네가 이래도 ~ 안 오고 못 배길 걸~'
속으로 혼자 중얼대며 내 예상대로
나타난 고양이의 흔적에 정답을 맞힌
반가움과 함께 가슴이 콩당 거리는
놀라움이 반 반 이었다.
산골로 이사와서 쓰레기 때문에
고양이와 여러번 마주쳐 가뜩이나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쓰레기 봉투를 아무리 꽁꽁 싸매어
놓아도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선
이곳저곳을 모조리 뜯어 놓고
헤집어 놔서 난감했었다.
이리 깊은 산골짜기에도 색색깔의
여러마리의 고양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신기했다.
사람이 키우다 버렸는지 사람을
보고도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
고양이가 오히려 두려운 존재로
느껴졌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 나무 데크에
턱하니 앉아 먹을 걸 가져 오라는
식의 요염한 포즈로 우리를 쳐다
보던 날이 생각났다.
전날 밤, 남편이 먹을 걸 챙겨 준
후의 일이다. 고양이를 친구 삼아
같이 놀고 싶어했던 남편은 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번 먹이를 챙겨 주기
시작하면 계속 나타나는 동물의
습성을 강조한 나는 동네 반장님
댁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언젠가 산골짝의 고양이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야기를 꺼낸
나는 반장님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반장님도 자신의 집으로 찾아 온
고양이를 모른체 할 수가 없어 먹이를
챙겨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속에 오죽 먹을 게 없으면 그러나
싶어 불쌍한 마음에 먹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어떤 날은 떼로 고양이를 몰고 와
먹이를 먹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젠 먹이 챙기는 일이 힘에 부치고
습관이 되니까 저러나 싶어 먹이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반장님댁 주방 창문으로
훌쩍 뛰어 오르더니 창문의 방충망
샷시 문틀을 몽땅 뜯어 놓더란다.
먹이를 내놓으라고...
(참고로 반장님댁 주방 창문은
약 2층 정도의 높이이다.)
반장님은 식사 준비를 하다가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져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창문 방충망
샷시도 돈을 들여 튼튼하게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산골짜기의 고양이들은 한곳에
정착을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동네 오만가지 구석 구석을 다니며
먹이를 찾아 쓰레기를 헤집어
놓는다고 한다.
전 주인인 아랫집도 이 무더운 날에도
비닐 하우스와 창고 문을 꼭 잠근다고
했다. 먹이를 찾아 수시로 나타나는
고양이와의 신경전이 지겹다고 한다.
앞집에도 고양이는 자주 출몰한다.
오늘처럼 생선 요리를 하는 날은
어김없이 고양이가 나타난다.
전날 장날인데다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간 김에 머리 염색도 하고
겸사겸사 읍내 5일장에서 장도 보았다.
오랜만에 자반 고등어가 싱싱해
보여서 샀다.
튀겨 먹을까 하다가 무를 넣고
갖가지 양념을 해서 한참을 졸였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냄새를 맡고
나타난 것이다.
일반 쓰레기는 뒤지지 못하게 큰
통으로 덮어둔다. 음식물 쓰레기는
알루미늄으로 된 밀폐 된 통에다
집안에서 보관하다 땅에 파 묻은
후로는 잘 보이지 않던 고양이었다.
이전엔 시도 때도 없이 고양이가 들락
거렸다. 고양이는 놀라지 않아도 나는
두려움에 그런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이제야 안정을 찾나 싶더니 그게 아니었다.
고양이를 반려묘로 키우는 사람에게
고양이에 대한 내 사연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깊은
산골짜기이다.
생선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생선
조림과 튀김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다.
생선을 기름에 요리하는 것이 좀 더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오늘은 조림을
택했다. 고등어를 기름에 튀기면
남편이 섭취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서
무를 넣고 양념을 해서 맛있게 졸였다.
동물은 후각이 발달해서 냄새에
민감한가 보다. 집마당 앞 도로에서
망을 보는 듯 반쯤 누워있던 고양이는
남편의 차가 보이자 황급히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이건 또 뭔~가?
여자라고 나를 우습게 보는 건가?'
아무튼 산속에서 여자 혼자 살 일은
아닌 것 같다. 두려운 존재들이 너무 많다.
쥐띠라 그러나? 난 고양이가 싫다.
아니 고양이의 눈빛이 무섭다.
어릴적 고양이가 쥐를 삼킨 충격적이고
살벌했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고양이들아! 나는 너희들과 얽히고
싶지 않아. 제발 우리집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 냉동고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잖니? ㅠ ㅠ
(2021. 7. 31. 토/ 글: 김영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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