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내가 나를 말한다

안젤라-정원 2007. 7. 10. 09:10

- 내가 나를 말한다. -


여름은 내게 가장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특히나 비가 많이 오는

요즘 같은 장마철인 시기에는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픈 데가 많은데다

몸뿐만이 아닌 마음까지 축축 늘어져 곧잘 우울증 동반 증세까지 겹쳐 괴롭다.

겨우겨우 하루 끼니를 대충 이어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늘 하던 일상이

지겹고 짜증이 나서 만사가 귀찮고 싫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블로그에 글이나 제대로 올리겠는가? 모든 일에 게을러지기는 당연할 터!

내 이런 상황과 심정과는 아랑곳없이?ㅎㅎ(물론,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당연하지만)

자주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의를 나 몰라 할 수 없어

이전에 썼던 글들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하니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바란다.

어느 개그맨이 무대를 사라질 때 하던 말처럼

‘ 기분이 괜찮아지면 다시 돌아올 터이니... ’ ㅎㅎㅎ



<000님이 말하는 나>


아뒤가 핑크정원이라~


분홍빛 꿈을 심으며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여자.


남편 뒷바라지, 자녀교육, 가정살림...


주변은 구석구석 그녀가 묻어 반들반들 윤이나 눈부실 것 같은 무엇 하나


소홀 됨이 없이... 녀자 냄새 포올폴 풍기며 사는 녀자.



그대이름 현모양처. 요즘두 이런 녀자가 아직 있나?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


정말 내가 부러워 못 견뎌 하는 것. 이름이 흔하다구?


흔한 성이라서 더 그렇게 느낄 것 같어.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포근하고 부담 없이 다가오는 이름.


난 좋기만 하는 걸~ (한마디: 000님: 마죠. 흔한 게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거.


그게 더 편하다는 거. 그래서 영순님을 좋아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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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과분한 칭찬이다.


사실 뒤 꼭지가 근질근질 한참을 찔려 뭐라 표현 할 구실을 찾지 못할 정도로


완벽을 가장한 허점투성이 사람 중 하나이다. 그만큼 열등감 또한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자신의 머리를 지지고, 볶고, 깎고,


파마까지 해대는 미용사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내가 나를 말한다는 것!


가장 나를 잘 알 수 있고,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면 미처 자신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말하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 김영순(金英順) 이름이 흔해서 인터넷에 쓰는 아이디(kysflower0519) 또한


흔한 영문자를 썼다. 그런데, 어느 날 친분이 있던 분에게 필명을 선사받았다.


‘ 마음의 정원을 가꾸듯이 꿈과 희망을 키워보라’는 의미에서 선물 받은


‘ 정원’ 이라는 이름을 메일과 아이디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너무 밋밋한 것 같아


젊을 때 자주 마셨던 핑크레이디 칵테일 생각이 문득 떠올라 붙여버린 아이디가


핑크정원이었다. (메일 아이디 jwkpink40/ 핑크 뒤의 40은 40대 초반에 인터넷을

 

시작하게 되어 사용하게 되었음)



색깔이 예쁜데다, 마시면 기분이 알딸딸해지는 묘한 기분이 들던 핑크빛 칵테일은

 

소주 한 잔도 전혀 하지 못하던 내게 매우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술이다.


남편과 연애 중에는 몸매가 잘빠진 주둥이가 둥글 널찍하고 날씬한 모양의


술잔에 남편과 자주 ' 쨍' 하고 부딪치며 기울였던 딱 한잔만 종종 마시곤 했던


술에 관한 추억이 있는 핑크레이디.


결혼 후엔 입에 대보지도 못했다. 옛 시절의 그때 그 추억으로 돌아가


핑크레이디 한잔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짓게 된 아이디. 핑크정원!



그런 아이디 덕분에 어린애들 같다는 둥, 핑크빛이 어쩌고... 하는 말들을 듣긴 하지만,


흔한 이름이 그래도 많이 커버되는 느낌이라서 조금 튀긴 튀는 모양이다.


각설하고...


현모양처! 라 하면 주변이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거나 정원을 가꾸며 알뜰살림


살림을 잘 하면서 살고 있는 듯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점이 많음을


부끄럽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남편에게 듣는 핀잔 중에 많이 들었던 잔소리는 '집에서 하는 게 없다'였다.


남편의 그런 야속한 말 때문에 대놓고 부부싸움도 하고, 침묵하고 한동안 말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을 돌이켜보면 건강 때문에 그만큼 식구들 속을


많이도 태웠다.



직장을 다니며 맞벌이할 적엔 핑계대기에 바빴고, 몸과 손이 열이라도 모자랄 만큼


힘들어 대충대충 끼니를 이어가기 바쁘게 살았었다. 결혼 후 처음엔 갈고, 닦고,


집안도 완벽하고, 직장일도 완벽하게 모든 일에 완벽을 기하면서 살았다.


성격상 모든 게 제자리에 앉혀있고, 뭐든지 잘 할 자신이 있을 만큼 자신감도 있었고,


완벽주의자였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맞벌이를 하면서부터는 생각한대로 맘먹은 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갈등과 고민을 하는 방황을 거듭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고, 몸 이곳저곳이 아픈 증상으로 겹치면서 어느 날부터는


완벽주의자에서 탈피가 되었다.



요즘엔 조금만 틈만 나면 구들장을 등받이 삼아 눕기에 바쁠 만큼, 내 몸이


조금만 지치고 피곤하고 아프면 만사를 제쳐두고 살만큼 내 몸을 아끼게 되었다.


어느 땐 집안일에 소홀할 때도 많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 같은 건 가끔씩


맘 내킬 때 한번씩 선보여주기도 하고, 이젠 반찬들도 여러 가지 상위에 놓질 않는다.


몸에 좋다는 음식을 식구들을 위해 따로 챙기고 하는 그런 번거로운 일들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날, 그날 아침과 저녁은 꼭꼭 챙기고, 기본적인 것은 거르지 않는다.


다만, 눈에 나지 않을 만큼만 하고 살고 있다.



나는 알뜰살뜰하다고 자신있게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사치라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 자주 수다 떨고, 운동하러 몰려다니면서


남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대는 여자들을 경멸하고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몇몇 친한 사람들 하고만, 조용한 만남을 좋아하고, 정적인 일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내실을 기하는 그런 편이었으니...


어찌 보면 이기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진짜 속마음은 두루뭉술하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사람들의 모임에 끼지 못하는 나름의 열등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안 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나 언니, 동생,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런 사람들과는 여러 가지 공감대가


이어져 있어 자주 얼굴을 보거나 만나고 얘기하는 편이다.



이곳에서도 그런 좋은 사람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글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가는 만큼 좋은 사람 또한 많다는 사실에


나는 이곳이 좋다. 이곳이 참, 재미있고, 세상사는 이야기가 다양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이곳에 들어 온지는 2년여의 세월이 흘렀나보다. 글을 쓰고, 올린 지는


일년 육개월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그동안 사는 얘기를 쉬지도 않고, 써댔으니


나에 대한 사람을 대충은 짐작을 하셨으리라.


아마도 글속의 나의 모습은 또 하나의 나를 말하는 분신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나에 대한 것을 느끼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므로...



보여 지는 대로 느껴지는 내가 실상은 진짜가 아닐는지...

 

 

* 참고**

 

- 두루뭉술하다: [형용사]
1 모나지도 둥글지도 아니하다.
2 말이나 행동 따위가 철저하거나 분명하지 아니하다.

 

- 두리뭉실하다

 

1 ‘두루뭉술하다’의 잘못.
2. '북한어' 두루뭉실하다' 의 북한어

 

(글을 수정하다보니 제가 잘못알고 있던 부분이라서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