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뒤의 사랑 +++ (오인태님)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등을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 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쫓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쫓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다.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쫓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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