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산골에 살다 보니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집안 곳곳의 창문을 닫고도
불안한 마음에 현관문까지
잠고 두문불출하며 살고 있다.
남편의 퇴근 시간이 임박하면
안채와 밖의 현관문을 열어둔다.
문을 꽁꽁 닫고 사는 내 모습이
마뜩잖은지 남편은 내게 충고한다.
' 집에 만 있지 말고 하루에
다섯번만 아랫 동네까지
운동 삼아 갔다 오라고... '
듣는 나는 기분이 나빠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두번만
갔다 오라고 말을 해주면 좋을텐데...
꼭 다섯번을 갔다 오라고 책임과
의무같은 다짐을 주는 말을 하곤 한다.
특별한 운동없이 집안에만
머물고 있는 아내의 건강을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듣는 나는 언짢을 때가 많다.
곁가지로
'그러니까 건강은 본인이 알아서
지키는 거니까~'
일장 연설을 하고, 주입을 시키듯
강요하는 느낌마저 들게 할 때도 있다.
갑작스런 추위로 며칠전부터
몸살기가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심해졌다.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돌리고 전기온열 매트에도
온도를 올렸다.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둥둥 떠다니고 있다.
보일러의 실내 온도가 올라가자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춥던 한기가 물러나는
느낌이었다. 두통도 어느정도
가라 앉았다.
툭하면 먹던 두통약을 절제하며
살고 있다. 이전부터 자주 머리가
아팠다. 소화도 잘 안된다. 장이
예민해서 어느날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고, 구토를 하거나
화장실 출입을 자주 한다.
활동량이 많지 않아 그런 것은
분명하다.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과
귀찮다는 생각이 쌍벽을 이루며
매번 갈등한다.
장화를 신고 막대기를 들고 집밖을
내려가 본다. 제법 넓직한 철창 안에서
개 한마리가 아는 체를 한다.
' 컹~ 컹~ 컹' 산골에 온지 6개월 정도
된 진돗개 잡종이다. 이름은 복실이.
전주인 아저씨 직장 동료가 새끼를
낳아 입양 보낸 개이다.
바쁜 전주인 아저씨 때문에
복실이는 늘 갇혀서 생활한다.
철창 안은 비교적 넓은 편이나
자나 깨나 묶여 있는 개 신세가
마치 내 모습을 투영하는 거 같아서
안쓰럽고 불쌍하다.
복실이와 되도 않는 대화를 이어 간다.
" 어유. 우리 예쁜 복실이. 그래.
얼마나 심심하니? 답답하지?
밖에 나오고 싶지? 산책하면 좋은데...
오늘은 깜빡하고 먹을걸 못가지고 왔네?
다음에 맛있는 거 갖다 줄게.
잘 지내고 있어."
복실이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 컹~ 컹' 울림으로만
답하고 있다. 손을 흔들어 주고
나오면서 공연히 눈물이 난다.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생각이 난다.
못다준 사랑 때문에...
카스토리에 글 하나가 올라와 있다.
며칠전만 해도 잘 먹고 잘 놀던
강아지라 안심하고 있었단다.
암인지도 모르는 아픈 강아지가
주인을 위해서 활짝 웃어 주는
사진이 마음 아프다.
눈을 감지 못하고, 주인없는 방안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 했다는 강아지에
관한 글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까닭없는 슬픔이 이런 것일까?
아니... 이유같지 않은 이유도
있을테니까... 다 못난 내 탓이다.
(2021.10. 20.수/ 김영순-정원)
★두문불출(사전)/ 외출을 전혀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음.
(사진- 새끼때 부터 매여 있는
복실이가 안쓰럽다. 내가 준 먹이가
밖으로 떨어지자 발로 찾는다.
얼마나 밖이 그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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