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궁금하면? 5백원 "
거지 복장을 하고 궁금하면 오백원짜리
돈을 내놓으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금액이 적어서 더 웃음을
자아 내기도 했지요.
요즘에야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웬만한 건 거의 모두
알려주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두꺼운 백과사전이 필요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학습지 회사에서 방문 판매
일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백과사전
전집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다 지금의 세상을 예견했기
때문이지요.
궁금한 점이 컴퓨터에서 지금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쉽게 해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휴대도 가볍고 편리하고 빠르고 참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집 길고양이들의 안부는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고양이 사료를 먹고,
왔다가 사라지는 길고양이 네 마리는
미스터리일 때가 많습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지만, 조금씩의 변화를 보일 때면 그들의 세상이 궁금해 미쳐 버릴 것만 같을 때가 있어요.
오늘 새벽에 나타난 한발이는 불룩했던
배가 꺼지면서 새끼를 낳은 흔적이
보였습니다.
지난 5월경 20여일 만에 나타난 한발이는
그때도 불렀던 배가 꺼지면서 나타 났거든요.
사라지기 전날.
너무나 기운없이 누워 있던 한발이의 꼬리
부분에서 피가 맺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라졌기에 한발이가 살아
온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디서 있다가 나타난 것이며 새끼를
낳았다면 어디다 낳았을까?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그것이 의문이었습니다.
누구의 새끼를 임신했다가 또
낳은 것일까? 매우 궁금합니다.
아마도 먼젓번엔 유산을 했겠다 싶고,
이번엔 어디다 새끼를 낳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
때를 찾아 오는 걸 보면 새끼에게 젖을
주기 위해 배고픔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새벽에 왔을 때, 시라순이가 먼저 먹이를
먹으려하자 " 컁~" 소리를 내며 앙칼지게
덤볐다고 합니다.
한발이는 외모에서도 암컷임을 느끼게
합니다. 최근엔 저와 눈을 자주 맞추며
애절한 눈빛을 발사 합니다.
새끼를 낳기 며칠전. 비닐하우스에서
낳을 자리를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종이 박스가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서 자리를 만들어 줬더라면
적절한 장소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우리집의 네마리 길고양이들은
사료를 먹은 후, 잠시 쉬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집 근처를 맴돌고
있지만 어디에 가서 주로 거취를 하고
있는지 도무지 보이지도 않고 알 수가
없습니다.
앞집의 건조장, 앞집 윗산의 물탱크 쪽,
윗집 근방, 앞집 마당 구석, 우리집 나무
데크 밑이나 등나무 아래 으슥한 곳. 등
보기는 했으나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이 산속 곳곳의 공간이 자유로운
길고양이들의 주 무대 같습니다.
길고양이를 거두다가 집안에까지
들여오는 경우를 보긴 했으나 네 마리의
길고양이 들은 아직도 경계가 심한 편입니다.
사료를 먹을 때 두리번 거리며 경계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코를 박고 정신없이
먹이에 집중하는 네 마리의 길고양이들.
시라순이의 새끼 5마리 중 한 마리는
아랫집 마당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제 팔뚝만한 크기의 새끼 고양이로
엄마 시라순이를 쏙 닮았습니다.
앞집 창고 안에다 새끼를 낳았다가
이틀 후 아랫집 창고로 옮긴지
이제 4개월째에 접어 들었습니다.
다섯마리 새끼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직도 시라순이의 젖을 먹고 사는 건지...
요즘엔 사라순이가 홀쭉하게 살이 빠져
안쓰럽습니다. 사료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고 자주 오지도 않습니다. 사료를
입안에 넣고 새끼들에게 토해 내는 듯
싶었습니다. 아직은 저희를 믿지 못하는지
새끼들을 데리고 오지는 않습니다.
한발이와 시라순이에 대한 궁금증 중
하나는 수컷이 누구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시라순이 새끼들을 보면 젖소 종의
길고양이가 확실한 것 같고요. 한발이는
여전히 비밀의 방처럼 굳건하게 잠겨있는
것 같습니다.
양발이와 까망이가 여전히 한발이 주변을
맴돌며 한발이에게 구애를 멈추지 않는 걸
보면 둘 중 한 놈에게서 새끼를 낳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애를 하는 과정을 여러번 지켜
본 결과론 매번 걷어 차이는 모습만을
봤을 뿐입니다. 앙칼지게 걷어 차고
도망 다니던 한발이.
과연 이 비밀의 열쇠는 언제쯤 풀려지게
될까요? 궁금하면 5천원을 내더라도
알려주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이 나이에 왜 길고양이에게 궁금증을
갖게 하느냐고요? ㅋ ㅎ
(2022.7.2.토/ 글.사진-김영순)
#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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