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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내 남자의 여자'

안젤라-정원 2007. 5. 7. 09:35

 

- 중년의 위기/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 -



요즘 드라마들은 매우 자극적이다 못해 파격적이다.

웬만큼 자극적이지 않으면 마치 방송 심의대상에 위배라도 되는 듯

TV 안방극장은 온갖 자극적인 소재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것이 추세다.



얼마 전, 방영이 끝난 드라마 ‘하늘이시여’ 에서는 시어머니가 자기를

낳아준 생모로 밝혀져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며느리의 얘기를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작가인 임성한님은 이전에도 ‘ 보고 또 보고’

라는 드라마를 통해 친자매가 한 집안의 며느리로, 시동생의 부인이

자신의 친언니라는 뒤 바뀐 설정으로 인해 한 집안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 날 한시에 같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린

두 남녀가 결혼해서 옆집과 나란히 붙어사는 ' 연인이여'

라는 드라마를 보면 더욱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임신한 아내의 옛 동거남이 바로 옆집 남자라는 설정이

매우 파격적인데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임신한 아내의

뱃속의 아이가 결혼식 전에 만나 몸을 섞은 옆집 남자의

애기 일지도 모른다는 가정 下에 전개되는 이야기 방식이다.


그런데다 임신한 아내의 남편과 옆집 남자의 아내와도

서로 감성적인 편지를 주고받는 '정신적인 연인 관계'라는

설정이다. 그야말로 어디까지 불륜이라는 걸 보여주려는지

의아심을 품게 하고 있다. 극의 전체적인 스토리로 보게 되면

분명 저질스런 드라마의 한 단면이라고도 단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차츰 시청하다 보면 그들의 정신적인 사랑에 대한

교감을 나누는 모습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에 대한 심리를 이해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이들의 전개 과정 또한 매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드라마의 흐름을 감지라도 한 듯, 드라마의 대부 격이라 일컫는

김수현님이 불륜 드라마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듯 보이는 것이

' 내 남자의 여자(女子)' 라는 드라마이다.


친자매 이상으로 대하고, 매번 친절을 베풀어 준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친구를 감쪽같이 배신하고, 친구 남편과 불륜에 빠지더니 결국엔 친구 남편까지

빼앗아 ' 내 남자' 라고 우기며 사는 중년의 두 여자에 대한 위기와

갈등과 번민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 ' 내 남자의 여자'


한국의 아내들은 대부분 지수(역: 배종옥님)와 같은 삶을 영위해나간다.

남편의 내조와 아이의 뒷바라지, 시댁 일에 전적으로 매달려 자신은

돌아보지 못한 채, 거의 모든 시간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간다.

아니 희생이라 생각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아내는 남편에게 그저 편안한 존재일 뿐, 더 이상 여자로서의

가슴 떨림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던 남편이 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났다.


드라마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불륜현장을 지수의 언니(역: 하유미)에게

들킨 화영(역: 김희애)과 지수의 남편 준표(역: 김상중)는 이제 이혼대신

차 우선 책으로 별거를 하기로 하고, 각자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중이다.

지수는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남편 준표는 화영과 살림을 합치기로 하고

현재 같이 살고 있다. 지수와는 여전히 시댁 일이나 기타 사회적으로

연관 된 일에 아내로서의 도리를 유지하기로 약속한 채, 이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의 볼 만 한 점을 들라면 단연코, 김희애님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화영이라는 인물을 소화해냄에 있어 캐릭터에 맞게끔

머리, 의상, 장신구, 표정 등에 있어 화려함과 더불어 매우 고혹적이고,

여자로서의 우아하고 섹시한 매력이 물씬 풍겨나는 것이 크나큰 변화인 것이다.

이전의 얌전하고, 모범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와는 180도 변화된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통해 김희애님의 변신은 중년의 원숙미가

신세대 젊은 배우들의 매력 못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증거가 되기도 했다.


김수현님의 작품들을 보게 되면 언제나 따발총 식으로 쏘아대는

대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 역시 쉴 틈 없이 거칠고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은 물론, 화영과 은수(지수의 친언니: 역: 하유미)와의

치고, 받고 싸우는 대사도 숨이 가쁘다. 게다가 엎어 치고, 구르고, 발로 차고,

프라이팬으로 두들겨 패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얼굴에 심한 멍이 들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흠씬 두들겨 맞고도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오히려 기고만장해서 ' 내 남자' 라고 당당하게 우기며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대방의 약을 올리듯 뻔뻔하게 구는 화영.


그런 화영을 바라보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일순간, 짜증이 날 정도로

화가 치솟기도 하고, 너무나 얄밉고 뻔뻔하고, 당연시 하는 듯한 모습에

치가 떨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드라마를 욕하며 자꾸만 시청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드라마를 통해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비록 현실에선 지수와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때로는 화영처럼 세상의 모든 잣대를 벗어 던져버리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오로지 뜨거운 사랑 하나만으로 가슴 벅찬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닐까?

혹은 가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오직 나를 위한 삶에만 충실하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은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라고 했던가?

지수역의 배종옥님 역시 이전의 도도하고 할 말 다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조금은 거리가 먼 듯한 순종적인 아내

역할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끔씩 분에 못 이겨 눈동자를

크고도 동그랗게 치켜세우고, 발악을 하는 듯한 모습에서는 오히려

더 처연한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유미의 자연스런 역할 또한 눈여겨 볼만한 매력, 그 자체이다.

어찌나 이리 저리 설치며 똑 부러지는 언니의 역할을 잘하는지...

동생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에다 자신의 얼굴은

어떻게 되건 말건, 무대뽀로 화영에게 덤비는 격투신은

격정적이고도 너무도 적나라해서 아주 실감난 연기를 선보였다.


' 나쁜 년! 앙큼한 것. 한 두릅에 엮어 소각장에 처넣을 것들!'

등의 대사처럼 입에서 그대로 뱉어내는 솔직한 대사들이

공감이 가는 것도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 하겠다.

한편으론 드라마를 이끄는 작가의 솜씨에 혀가 내둘려지고

감탄스러움에 존경과 경탄을 보내고 싶다.


 

역시 김수현님의 작품답게 내면적인 인간의 욕구와 갈등, 번민

등을 의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회오리처럼 들끓는 화제를 몰고 오는 김수현님 방식의

중년의 위기를 다룬 불륜 드라마. ' 내 남자의 여자'


찜질방 같이 사람들이 여럿이 모인 곳이면 이 드라마가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히 도마에 오른다. 특히 화영역의 김희애님을 올려놓고, 이렇쿵, 저렇쿵

말들이 많다. 그만큼 실감나게 연기를 잘한다는 것일 게다.

화영의 죄질이 나쁘고 뻔뻔스러운 년이고, 앙큼하고 못된 년이라고 해도

그녀 역시 나름의 사연은 간직한 듯 보인다.


화영의 말처럼 죽어 지옥에 갈지라도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변명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화영이 언제까지나 숨겨진 여자로서 살아야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그녀의 깊은 외로움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왜냐하면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실수라는 걸 경험하면서 살아가기도 하니까...

남녀 관계란 자로 잰 듯, 반드시 반듯하고, 정확하기만 한 법은 아니니...

드라마가 방영되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밤이 기대된다. (2007. 5. 7. 월. )


(글쓴이: 인샬라-정원/ 실명: 김영순)


* 기억나는 대사 *

 

*자기집 앞에서 고기 굽고 있는데, 어떻게 주방에서 그런 짓을 해?

* 두 방 맞고 넙치 만들어 놨어.

* 논리를 개떡으로 만드는 게 피로 물들인 가족이야!

 

* 생각은 지수 건데... 몸뚱이는 그 여자로 향해 있어요.

그 여자는 나를 남자이게 해줘요.

 

* 너 거울 보고 얼굴 좀 봐. 너랑 안 어울리는 남자 만나서

살다보니 얼굴이 썩은 거. 그게 다 그놈 때문인거잖아.


* 나, 밥 해 먹이고, 똥 묻은 팬티 빨아 입히고... 내 자식 낳아 키워서

오직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조강지처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조강지처가 아니란 말이야. 참고 살아야 하는 게 조강지처야.


* 그럼, 너한테 나는 뭐였니?

* 사람 죽이고 갇혀 있어도... 죽을죄를 지어 지옥에 가더라도

마지막까지 날 버리지 않을 친구! 죽어서 지옥으로 갈게!

 

* 여자 바꿨는데, 빵으로 안 바꿀래?


* 남녀 관계에 영원한 게 어딨어? 화학작용이 시들어지면 그날로 끝이야.

결혼하고, 자식 낳고, 5년 이상 살면 정으로 살고, 감사함으로 살고...

그러는 거야. * 특별한 여자도 특별한 남자도 특별한 관계도 없어.

모두가 다 똑같아.


* 야! 기막혀 돌아가시겠다.

* 기름에 열 두번은 튀겨야 될 년! 나쁜 년! 더러운 년!

* 친구 남편 홀리는데 몇 시가 무슨 상관이야?

미국물 먹어서 미국년 됐냐? 미국 나쁜 년도 sorry는 하더라. sorry는...

 

* 내 입은 고무줄 안넣은 팬티야. 언제 흘러 내릴지 몰라.

* 왜 궁금해? 천사니까... 천사는 심술 부리면 안되니까.

* 호적상 아내 자리가 그렇게 중요해? 난 그거 중요치 않아.

* 내가 너무 뜨거웠어. 지구 밖처럼 뜨거웠어. 너 따위 아무 상관없었어.

임자 있는 사람 나눠 갖는 여자가 원하는 게 뭐겠니?

나눠 갖는 거 말고, 혼자 갖는 거 아니겠니?

* 그래? 너 죽을 때까지 정부 자리로 만들어 줄테니...

 

* 완전 미친 놈 아니면 가정 깨지 않아. 그게 남자야.

* 그것들은 그냥 지옥도 안돼. 무간지옥에 떨어질 것들이야.

* 무엇보다 더러워서 어떻게 살아?

* 국에다 코딱지 집어 넣고, 밥에다 침 뱉아서 멕여 살아.

* 절망 속에 희망이 숨어 있어. 지나고 나면 괜찮아 질거야.

 

* 호적에 올라있으면 내 남자고, 내 자식 애비면 내 남자야.

네가 쥐고 있는 동안은 네 남자야. 저년은 발가벗고 날뛰어 봐야 정부야.

안 살 생각만 하지 말고, 살 생각도 해가면서 노력해 보면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