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남편 친구 부부가 집에 놀러왔다.
남편과는 어릴적 친구이고,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23년전 친구네는
단양으로 이사와 터를 잡았다.
단양에 볼 일을 보러 왔다가 경치에
반해서 이사오게 된 케이스라고 한다.
친구네가 시골로 이사를 왔다는 소식에
우리는 아들 아이를 데리고 단양에
여러번 놀러왔다. 친구네 집에서
숙박을 하면서 단양 팔경 이곳저곳을
구경했던 경험이 있다.
친구 와이프가 나를 보더니
"드디어 꿈을 이뤘네. 소감이 어때?"
이러는 것이 아닌가?
" 아니 무슨 꿈? "
뜬금없는 말에 당황한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재차 질문했다.
친구 와이프는 오래전 내가 단양
상선암 계곡에 놀러와서 경치에 반해
너무 좋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곳에
이사와서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꿈을
말했었다고 한다.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말을 꺼내어
상기시켜 준 친구 와이프는 글을 쓰며
살기에 적당한 곳 같다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반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곳은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던 곳이었나보다. 남편과
가까운 친구네 이웃도 생기고 우리는
차츰 이곳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서먹했던 동네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해야할지 막막함에서 벗어나
먼저 다가가기로 하였다. 남편이 먼저
앞집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또한 우리집 아래에 거주하는 전주인을
찾아가 여러가지 자문을 구했다.
윗집은 세컨 하우스로 살고 있어 개들만이
지키고 있어 얼굴 보기가 힘들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사는
토박이들은 거의 없어 동네 텃세를
부리는 곳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며칠전 시누이가 떡을 해와서 이웃에
이사떡임을 알리고 인사를 드렸다.
몇몇의 이웃이 가까이 있어 든든하고
훈훈하다.
반장님(여성)댁에서 고추와 토마토
모종을 주셨다. 앞집에서는 오리백숙을
해오기도 하고 삼겹살 파티에 초대 해
주기도 했다. 메기를 잡아와 매운탕을
맛있게 끓여 같이 나누기도 하였다.
몸에 이로운 약초즙과 다양한 나물들을
채취해 먹는 방법과 효능들을 전하기도 한다. 앙증맞은 항아리도 얻어 오고,
곰취. 더덕잎. 뽕잎. 마늘. 오가피
짱아찌도 주셨다.
전 주인인 아랫집은 곤드레나물과
취나물 등 나물을 한 박스씩 가져왔다.
얼마전에는 떡을 맛있게 잘먹었다면서
반장님을 불러 함께 시내로 나가 점심을
사주셨다. 호두도 많이 나눠 주시고
말린 우엉차도 주셨다.
전주인은 조경업을 하는 분으로
정원을 멋지게 가꾸며 살고 계신다.
부처님을 좋아해서 연꽃을 닮은
능견(호랑이 발톱 바위솔)인 다육이를
각양각색 화분에 심어놓고 선인장에
빠져 살고 계신다.
누구에게 팔지도 않고 애지중지 하는
선인장도 얻어 왔다.
(편리상 연꽃 선인장. 호랑이 발톱
선인장이라고도 하고 다육이라고도
불리는 선인장이다)
얻어 온 선인장은 남편 친구들이 가져가고,
친구 와이프에게도 주는 둥 남편은
남에게 선심 쓰는 일을 잘하는 편이라
집에 몇개 남지 않았다.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도 끄덕없이
잘 자란다는 호랑이 발톱 선인장을
바라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든든함을 느낀다.
잘 성장한다는 것은 나의 미래 같은
희망이라서 좋다. 이곳의 날씨가 추워도
잘 견뎌주고,잘 극복 한다는 의미라 생각된다. 공연히 내 마음도 단단해지고 강해짐을
느끼는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없이 시골 산속으로
이사와서 걱정이 많았다. 사람이 주는
인정도 좋지만 이웃의 터에도 숨은
선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동네에 조금만 나가도 활짝 피고 지는
꽃들의 아름다움.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
나무들의 울창함. 동네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아름드리 나무. 올망졸망
아담한 시골집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모든 풍경을 말과 글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아름다운 찬사의 언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재주가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쉬운대로 내가 느낀 자연의 선물을
담아 사진으로 남긴다.
시골은 이웃과의 나눔과 자연의 나눔이
함께 하는 세상이다.
(2021. 6. 1. 화-글: 김영순-안젤라)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산골일기-슬픈 이야기★ (0) | 2021.06.13 |
|---|---|
| ★ 산골일기-꽃에 반하다★ (0) | 2021.06.05 |
| ★산골일기-풍경소리★ (0) | 2021.05.27 |
| ★ 미래에 보기 힘든 직업군 (0) | 2021.05.18 |
| ★산골일기-다락방의 추억 (0) | 202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