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골일기-코로나와 우울한 날★

안젤라-정원 2021. 7. 20. 17:24


★산골일기-코로나와 우울한 날★

장마철이라지만 맑았다 흐렸다
갑자기 번개와 함께 천둥소리가
하늘을 두쪽 내듯 비가 쏟아지는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내 마음도 흐렸다 개였다를 반복한다.
우울한 마음이 이어지다 그래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우겨 넣는
날도 생긴다.

지난 주말 갑작스런 통증과
어지러움에 응급실을 방문한 이후
동네 의원을 찾아 건강 체크 겸
점검을 했다. 여전히 혈압은 높았고 
식후 혈당까지 높아 당뇨병은 아닐까
염려 되었다. 혈액을 뽑아 다시
검사해 보기로 했다.

이틀 후 방문한 병원에서 당화혈색소
수치와 콜레스테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위험할 정도의 당뇨는 아니지만
약을 먹기도 그렇고 약을 안 주자니
그것도 애매하다면서 우선 음식
조절을 잘하면서 조금씩 운동을
하라고 처방하였다.

산속으로 이사온 이후 특별한
활동없이 집안에서만 머물렀다. 
집근처만 맴도는 식의 생활을
주로 해왔으니 탈이 날만도 했다.

이전엔 직장생활을 했으니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직장 안에서 움직이는
행동 반경이 넓었다. 보통은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를 왔다갔다 움직였다.
그러니 밥을 먹고 나면 금방 또 식사
시간이 되지만 그만큼 소비 활동도
빨리 되었다.

집에 있다보니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어떨땐 많이 먹고 어떤 날은 먹기 싫어
빵이나 라면 간식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굶다가 한꺼번에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3교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새벽 5시가
조금 넘는 시각에 일어나 첫차나
그 다음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 준비와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겸해야 하는 맞벌이의
고달픈 생활은 늘 긴장과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자주 몸을
움직여주니 그 어렵고 힘든 일을
감당하고 견뎌 냈었나 보다.

지금은 힘든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은 오히려 망가져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마음의 여유는 있는데 뭔가가
늘 불안하다. 마음을 나눌 친구가
근처에 없다는 것에도 우울하다.
나 혼자만 덩그러니 떨어져 살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오래전 나는 두권의 책을 출간했다.
하나는 공저로 책 제목은
'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이다.
또 하나는 ' 마흔 그보랏빛 향기' 
개인 수필집이다.

두권의 책에서 '혼자' 라는 단어와
'우울감'을 발견했다.
수필집의 목차를 보면 ' 살다보면'
' 혼자라고 느낄때' ' 어떤 우울한 날'
' 비가 내리는 울적한 날에' ' 립스틱
짙게 바르고' ' 새보다 자유로워라'
서정윤 시 ' 소나기 같이 이제는
가랑비 같이' 에서는 혼자라서 또
우울한 날에 대한 표현이 유난히 많다.

공저는 두편의 수필을 선보인다.
'오래된 고목과 인생의 나이'
' 혼자 하는 식사' 이다.

그러니까 오래전 부터 시작된 우울감과
혼자라는 고립감. 쓸쓸한 고독은 내
삶을 따라 다니는 필수불가결 법칙
같은 것인가 보다.

바쁠땐 잊고 있다가도 불쑥 불현듯
떠오르는 우울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공연히 슬프고 외로워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새장 속의 갇힌 새처럼 날지
못해 막막해질 때가 있다.

아침이 밝아오면 여기저기 짖는 다양한
새소리가 정신을 확 깨운다.
윗집의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뒤섞여 하루가 동물의 각양각색
하모니로 왁자지껄 하다.

사람수 보다 더 많은 자연의 소리와
동물의 울음 소리가 더 나은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후덕한 사람이 아닌지는
몰라도 소리에 예민해 진다.
요즘은 매미 우는 소리가 수시로 귀를
자극하고 곤혹스럽다.
자연의 소리가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빛나고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일이나
나는 아직까지 적응하려면 먼 것 같다.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더 도를 닦아야 하나? 크~하~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하다. 이곳은
확진자가 거의 없는 청정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사 온 이후로
3~4명의 코로나 확진자 소식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코로나는 우리와 아주
가깝고 밀접한 곳에  다가 왔다.
남편이 일하는 곳의 직장 동료의
배우자가 확진이 됐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일찍 퇴근한 남편은 오늘
아침 음성 결과를 통보 받았다.

청정지역 자연에도 오염된 바이러스가
침투하듯, 내 몸과 마음도 견고히 하는
시기가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모두 사라져야 할 몸과 마음의 바이러스들! 우울감도 고독감도 쓸쓸함도 사라지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다시는 발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1. 7. 20. 화/ 글: 김영순-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