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골일기-내비도 안내 못해★

안젤라-정원 2021. 7. 23. 21:19


★산골일기-내비도 안내 못해★

'산골' 은
'깊은 산속의 구석지고 으슥한 곳'으로
검색 된다. 지금 사는 곳을 산골이라
칭하고 산골 일기라 쓰게 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이다.

친구나 손님이 우리집을 찾아 올 때면
다들 내비도 안내를 해 주지 않는다며
깊은 산골에 사는 우리 부부를 보며
신기해 한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사 올 생각을
했냐면서 놀라워 한다. 특히나 여자인
아내 입장에서 대단한 용기를 냈다며
무슨 건강상 사연이라도 있냐며
솔직한 답변을 듣기를 원하기도 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반장님댁 아랫
동네에서 멈춰 더 이상 안내를 해주지
않는 곳이 우리집이다.
처음 쿠팡에서 주문한 택배가 도착했을
때에도 그랬고 카카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읍시장에 있는 병원(의원)을 
갈 일이 있어 진료를 받고 버스 시간에
맞춰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고르다 보니
버스를 타고 내려서 산속 깊이 있는
집까지 올라갈 일이 아득했다.

더군다나 버스 시간표는 가장 더운
오후 12시55분에서 1시경 차였기
때문이다. 햇살이 가장 뜨거운 시각
인데다 산길의 오르막이 있는 급경사는
발가락 치료를 받고 오는 길인지라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집까지 배달을 해 줄수
있냐고 계산대 직원에게 물어봤다.
내가 사는 곳은 여직껏 한번도 배달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한다.
담당자에게 물어본 결과 배달을 해
주겠다고 한다. 나는 너무 고마워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곳에서 조금
더 산길로 올라오면 된다며 자세한
위치를 써 놓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햇살이 따갑고 찌는 듯한
더위라도 무거운 짐이 없으니 덜
힘들었다. 그래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한낮의 기온이 약
38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였다.

집에서 더위를 식히고 늦은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마트에서 배달 하시는 분이 우리집을
찾지 못하는 전화였다. 역시나! 였다.
자세히 알려줘도 우리집은 찾기가
어려운 곳인가 보다. 통화를 하고
마중을 나가는 길에 또 전화가 왔다.
차는 보이지 않았다. 장화를 신고
막대기를 들고 아랫동네까지 내려가는
길에 차 한 대가 내려온다. 윗집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나 보다.

나는 미안해서 물건을 달라고 했다.
물건이 담긴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에고~ 배송을 받은건지 뭔지...
잠깐이지만 또 땀을 뻘뻘 흘렸다.
이 무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걱정 되었다.
' 얼마나 덥고 힘들까? ' 폭염을
견디기도 힘든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정말
곤혹스러울 것이다.

자기 차가 있다면 몰라도 교통이
불편하고 걷기도 쉽지 않은 깊은
산속으로 굳이 왜 이사를 왔냐고
불만을 토로하면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자연인처럼 전기도 없는 더 깊은 산속
으로 갈까 했는데 그나마 이 정도에서
멈춘거라고... 남편은 자신의 이상대로
산속으로 이사 와서인지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다.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자연속에서 사는 지금이 참 좋다고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 주변의 풀을 뽑고
일을 나가는 남편은 산골로 이사와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남편은 퇴직 후
도시에서는 무료한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매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었다. 컴퓨터의 유트브 영상을
틀어놓고 잠들곤 했다.

이사와서 과감히 소파를 없애고 새로
사지 않았다. 소파가 있으면 사람이
은연 중에 게을러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파가 없으니 넓어진 거실로 인해
답답함도 사라졌다.

내비게이션이 집까지 안내 못해 주는
깊은 산골이지만 지금은 택배도 잘 오고
물건을 받아보는 데에는 이상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 물건은 도착 안했고
집 앞에 배송이 되었다는 안내 문자에
배송이 잘못 된거 아닌가 싶어 전화로
물어 물어 확인해본 결과!!!

이런! ~~ 아랫동네 반장님댁 며느리
집에다 택배를 내려놓고 그냥 가 버렸지
뭔가? 미리 전화도 안 해주고...

택배 기사 말로는 새벽 배송이 겹친데다
급하게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미처
얘기를 못했다며 나보고 물건을 찾아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병이 났나보다 이해를 하고 물건을 찾아
왔다. 그래도 속으론 괘씸했다. 사정이
있어 남의 집에 맡긴다고 미리 얘기라도
해줬으면 기다리지나 않았을 것을...

며칠 후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택배 기사 말로는 먼저 배송하던 분이
그곳에다 맡기면 된다고 해서 자기도
그렇게 갖다 놨다나? ㅠ ㅠ
세상에! 이런~~턱~하니 남의 집에다
물건을 갖다 놓고 내 집 앞에다 배송을
했다며 문자를 보내는 의도는 뭔가?

너무나 황당했던 나는 또 다시 물건을
찾아 왔다. 깊은 산속이니 이 더위에
배송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어 00본사에 항의 문자를
발송했다.

00 본사에서 상담 직원이 깊은 사과를
했다. 다음에 또 그런 배송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찾으러 가지 말고 재배송 클릭만
해주면 새 물건을 발송해 주겠다고 한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거라 다짐을
받았다.

아이고! ~~우리집이 이리 깊은
산중이라니까요. 택배 기사들이
배송하기 싫어 하는 곳.

이사와서 주문한 조리대가 들어오던 날
택배 기사가 지방이라 추가 배송료를
받고도
'다음엔 우리 물건 주문하지 말아요.
그러고 갔다니까요.

그래도 난 굳건히 주문할 거라구요.
택배 기사님들! 대한민국이 좋은 점이
그것이래요. 사통팔달의 배달!
어디서나 주문하면 다 간다니까요.
힘들어도 배달 잘 부탁드려요.

(2021. 7. 22. 목/글: 김영순-정원)
★사진설명: 차 한대만 다닐수 있는
도로는 길이 울퉁불퉁 하다.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다. 언덕이 있어
걷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