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속의 종이접기 -
누구나 한번쯤 종이접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종이로 배를 접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종이배를 띄워보기도 하고,
비행기를 접어 날려보기도 하며, 바지 끝에 대님을 맨 남자 한복을
위, 아래의 공간에 끼워 바지를 입혀보기도 하고...
<어릴적 종이접기로 소꿉놀이하던 남자한복 >
동네 개구쟁이 아이들과 딱지를 접어 딱지치기로 해가는 줄 모르게
골목어귀에서 놀던 생각까지... 다양한 종이접기로 한때나마 빠졌던
기억 하나쯤은 모두가 지녔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종이접기- 어버이 날에 만들수 있는 카네이션 >
< 다양한 종이접기- 꽃받침이나 꽃모양 사진 액자용 >
조금 더 클 무렵엔 색종이로 학을 접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천 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도 유행하던 시기여서
( 한때 가수 전영록의 ‘ 종이학’ 이란 가요로 인해 색종이로 학을 접는 일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도 있었다.)문방구에서 색종이와 학 접는 종이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때까지 있었다.
< 유일하게 남아있는 종이학, 작은 공,- 내가 만든 작품, 뒤의 커피병에 담은 건- 남동생 작품 >
나 또한 한때나마 추억속의 종이접기는 학창시절을 끝으로 마감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에 다시 종이접기를 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한 강좌 중에 종이접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기초라도 배워 아이에게 종이접기로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종이접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 두뇌개발에 좋은 놀잇감으로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노는
손놀림이 아이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래도 엄마가 먼저 배우면 가까이에서 아이에게 상세히 가르쳐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하고 창의력이 풍부한 종이접기- 색실을 이용한 발-
조화는 N사의 이웃블로거가 손수 만들어 선물해 준 작품 >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을 때여서 학교 강좌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선생님은 칠판 앞에서 색종이로
접는 방법을 단 한차례만 설명을 해줄 뿐, 자세한 얘기는 하기를 꺼려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처녀였던 종이접기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중심상가에
사무실을 내고, 인근의 여성회관과 문화센터에 강의를 나가며 회원들을
종이접기 학원으로 유도하는 작전? 을 쓰고 있었다. 학교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종이접기 강좌를 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더 상세한 걸 알기 원하는 학생은 자신의 학원으로 학원비를 제출하고
제대로 된 강습을 받으라는 것이었으니...
(기초과정부터 고급과정까지 있는데 학원비가 주부로써는 부담이 된다.)
얼마나 얄밉게 가르쳐주는 걸 인색하게 굴던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괘씸하다.
은근슬쩍 바라는 게 많았던 종이접기 선생님의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은 혼자서 종이접기 책을 사서 다양한 종이접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끙끙’거리며 종이접기를 접다보니 급했던 마음도 차분해지고, 작은 종이를
이리 저리 접는 동안 인내심도 생기는 걸 느꼈다. 후후.
< 컵받침이나 사진 액자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이접기-
여러장 만들어 코팅해서 이웃, 친구, 지인들에게 나눠준 작품들>
종이로 다양한 작품을 접하면서 만드는 족족 이웃 아이 친구 엄마들을
비롯해서 지인들에게 하나씩 둘씩 나눠주다 보니 정작 집에는 남는 작품이
거의 없다. 그래도 한때나마 뭔가에 빠질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
나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기초과정에서 머물고 말았지만, 지금도
파일 속에서 잠자고 있는 다양한 종이접기 과정을 적은 사진첩을 꺼내 보노라면
내 손가락을 거쳐 탄생한 종이접기 사진들에 정감이 가고, 손가락 마디 사이로
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 종이접기- 거북이, 금붕어>
< 종이접기- 돼지- 올해가 돼지띠라서 올려봄 >
< 종이접기- 말 >
<종이접기- 개구리 -입으로 불면 입체모양으로 변해 손가락으로 개구리를 폴짝 폴짝
뛰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이 갖고 놀기 좋은 종이접기 >
<종이접기-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
<종이접기- 더운 여름 필수인 모자 >
기대할 만한 멋진 작품은 없지만, 종이접기를 떠올리면 죽은
남동생에 대한 아련한 슬픔과 함께 아쉬운 미련을 느끼게 한다.
동생은 죽기 전에 형제들에게 남겨 줄 종이꽃 바구니를 한 아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죽은 동생이 만들어준 종이 꽃바구니를
차마 가질 수 없어 관 위에 훨훨 뿌려 주었던 색색의 종이접기 꽃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종이꽃을 보면 공연히 눈물이 난다.
<주름종이를 이용한 꽃- 종이장미, 나머지는 이름모를 꽃? -
사진 찍으려고 보니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 양해바람- 내가 만든 작품 >
< 생전에 동생이 만들어 누나에게 선물한 종이접기 작품들-
손재주가 좋았던 남동생이 패트병과 커피병을 이용한 것이 눈에 띈다.
나머지는 내가 만든 것 >
동생이 죽은 후, 나 또한 종이접기를 그만두었지만 집에 간혹, 남아있는
종이접기 작품을 보면 마치 동생이 살아 숨쉬는 듯 섬세한 손길들이 느껴진다.
그걸 접으며 허무와 아픔을 견뎠을 그 많은 시간들이...
( 2007. 8. 21. 월)
- 글쓴이: 인샬라- 정원/ 실명: 김영순-
<보너스- 종이를 이용한 액자 모음 >
<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나가는 소녀 - 웃는 표정이 살갑다. >
< 강아지- 이전부터 강아지하고 인연이 있을려고 그랬는지...
그러고 보니 강아지까지 만들었네? >
< 사계절을 담은 액자 - 조각칼을 이용한 종이작품- 봄-튜울립, 여름- 바닷가, 돛단배 >
<가을- 시골 들녘의 고추잠자리 >
< 겨울- 크리스미스 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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