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일만 이천원의 행복★

안젤라-정원 2018. 7. 3. 13:53

 

★일만 이천원의 행복★

 

비싸다고 모두 좋은 것이 아니듯

싸다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이 안좋다는 인식이 있다.

 

집에 식구가 많지 않다보니 밖에서 해결하거나

직장에서 삼시세끼를 먹고 오는 날이 잦다.

음식을 해놓으면 쉬거나 상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끼니마다

먹게 되면 질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과일이나 야채 등을 구입할 때는 되도록

적은 양을 산다. 많이 사봤자 보관할 곳도 마땅치않고

수시로 음식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없어 대량구입을

피하고 있다. 택배 물건을 구입 안 한지도 오래 됐다.

집 바로 앞 5분 거리에 대형마트인 창고형 매장이

버젓이 있어도 자주 가지 않는다.

 

냉장고 파먹기를 하다가도 냉장고 안이 비게 되면

마음마저 허전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구입하다 보면 버리고 다시 채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도 가끔은 싸고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나면 얼른 지갑을 연다.

 

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 듯이

머리 퍼머를 하러 갔다가 미용실 원장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다.

오픈 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매장을 둘러봤다.

 

그날 그날 물품을 구입해 당일 판매한다는 야채가게는

냉장고 하나없이 마구 잡이식 물건 진열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정말로 가격이 저렴했다.

과일에 야간의 흠이 있거나 못생긴 것은 있어도

싱싱하고 물건이 좋았다.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과일 표면에 갈라지려는 간혹 홈이 나 있는

참외 7개가 5천원. 군데군데 검은 반점이 흘깃 보이는

천도 복숭아 9개가 3천원. 방금 딴듯한 생생한

애호박 3개가 천원. 둥근 찌개 호박 한 개가 천원.

솥에 찌면 포슬포슬 잘익을 햇감자 한 바구니에 2천원.

모두 합해서 일만 이천원을 지불했다.

 

애써 농사짓는 분의 수고를 생각하면 적은 돈의

액수를 지불하고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입한 것에

미안함이 클 정도로 푸짐한 양이 놀랍다.

 

집에 와서 과일을 씻어 깍아 먹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과일향에 입이 즐겁고

배가 풍족하고 마음이 흡족해 행복감을 느낀다.

 

사는 일이 별게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면

더 이상의 욕심은 무리라고 다짐해 본다.

나머지 호박과 감자는 맛있는 반찬과 찌개로

남은 날을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일만 이천원이 주는 행복!

몇일은 뭘 해 먹을까? 걱정 안해도 되니

이 또한 안심이고 행복 아닐까 생각해 본다.

 

( 2018. 7.2 월~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