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손에 이삿짐을 맡기고 오랫동안 살던
고장을 떠나 시골 산속으로 이사했다.
이번 이사로 11번째를 기록했다.
가장 멀리 아무 연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 된 이사로 한동안 혼란스럽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나는 자연인이다'
TV 프로그램 시청자였던 남편은
자나깨나 자연인의 삶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결국은 단양 산속에 위치한
지금의 집으로 이사왔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순리대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일찍 출발한 이사였지만 막상 온갖
살림을 풀어 놓으니 어떻게 정리하며
살아야할지 막막했다. 좁은방 1개씩과
거실. 다락방. 화장실. 작은 주방이
전부인지라 안채와 바깥채를 구분해
살림살이를 집어놓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시와는 달리 이곳은 5월이 다가오는데도
무척 춥다. 낮에는 햇볕이 마당안까지
들어와 따뜻하지만 해가 지면 집안은
냉기가 바닥에 스며들어 발이 시려울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우선 급한대로 거실에 난로를 설치했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사람사는 곳은 왜이리 뭐가 많이 필요한
걸까? 이사할 때마다 느끼는 회의감에
무력해질 때가 있다.
주위에 편의시설 이라곤 찾아 볼래야 없는곳이지만 차를 타고 나가면 읍에 5일장이 서고 필요한 물품과 생활용품 등을 구입할 수가 있다. 아직은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길치에 막막하기 그지 없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아침이면 새들이 짖고, 신선한 햇빛과
바람이 맑은 공기로 맞이해준다.
마당에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나면
묵은때가 함께 날려가는 것 처럼 기분이
상쾌하다.
우뚝솟은 도시 아파트의 공기질과는
차원이 다른 저마다 색다른 크기와 몸짓으로 불어대는 나무들의 흔들림은 경이롭다.
이곳저곳 마당 한구석에 숨어있는 나물들도 제각의 몫을 하고 있다.
뜯으면 또 새로이 나오는 새순을 따서
데쳐서 무치거나 쌈으로 먹는다.
금방 딴 나물은 신비로운 맛과 향이
그윽하다. 생판 모르던 나물들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곰취. 취나물. 다래순. 우산나물. 민들레.
두릅. 망초대를 비롯 칡넝쿨. 엄나무순.
헛개나무. 밤나무까지 주변에 깔려있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매일이 새롭고 바쁘다.
어느날 문득 이런 신선놀음을 해도
되는걸까? 라는 착각이 들 때도 생긴다.
자연이 주는 선물때문인지 매일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졌다. 불안한 마음에 툭하면
먹던 진통제도 여기와서는 한알도
복용하지 않았다.
머리를 염색한지 한달이 되면 어김없이
여기저기 삐죽이 올라오던 흰머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장기간 매일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 피부에 잡티가 많이 생기고
엉망이었으나 차츰 호전되어가고 있는
중이라서 반갑게 느껴진다.
이 집에 안착됨을 예시라도 해준걸까?
새아파트에 분양받아 살고 있었어도
꿈에선 늘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는 내모습을 보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전주인이 그토록 원하던
'낙원' 같은 집은 친오빠의 이름과도
동일했으니 어찌 이 집이 인연이 아니었다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자연스럽게 온다더니
이사온 집이 그렇게 다가왔다. 앞으로
여기서 낙원같은 삶을 이루리라 마음
먹어본다. 삶에 찌들어 지친 모습이 아닌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함께 하는
자연속에서 힐링하며 행복을 가꾸고
살아갈 것이다.
( 2021. 4. 28. 글-안젤라 김영순)
♥저를 아시는 분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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