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의 오후와 고양이★
햇볕이 쏟아지는 한가로운 한낮의 오후.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 평상에 앉아
요염한 포즈로 우리를 올려다 보고 있다.
전날 밤. 해가 떨어진 어스름한 시각에
고양이는 우리집 마당에 나타났다.
남편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멈춰 있었다.
남편은 저녁에 먹다 남은 햄 부스러기를
고양이 주변에 던져주며 내게 손전등의
불빛을 비추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가만히 지켜 보았다.
잠시후 고양이는 먹이를 먹고 사라졌다.
한번 먹이를 주게 되면 계속 찾아 오게
되는 동물의 습성으로 인해 나는 주는걸
극구 반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고양이는 등나무
밑에 나무 데코를 깔아 둔 평상에 자리를
잡더니 집주인에게 뭔가를 내놓으라는
자세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고양이의 포즈와 표정이 너무 우습고
당돌해 보여서 쳐다보며 웃다가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다음날, 쓰레기 분류수거 때문에
마당 한구석 비닐 하우스 창고에 들어서자
고양이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쓰레기 봉투 이곳저곳이 뜯어진 채로
쓰러져 있음을 알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친구삼아
고양이와 친해지려 했지만 나는
한사코 반대했다.
어릴적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집집마다
쥐가 많았다.
잠을 자다가도 천장에서 들리는
' 찍~찍 찍! ~우당탕탕 '
쥐들의 왕복 달리기 소리를 수시로 듣고 자랐다.
오죽해서 쥐소탕 작전을 위해 쥐가 다니는
구멍과 골목길에 단체로 쥐약을 놓거나
쥐덫을 설치했겠나? 남편의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쥐꼬리를 가져오라는
황당한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한다.
어릴적 집마루 마당 근처에 검은색
새끼고양이 한마리를 키웠다.
어느날 화장실을 가기 위해 분합문을 열고
마당에 나오자 고양이의 살기어린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날밤 나는 너무나 놀라서 공포와 충격에
사로잡혀 ' 악!!!~' 소리와 함께
온몸을 떨며 주저앉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 입안에
넣고 삼키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비슷한 경험으로 부정탄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잡으려고 돼지 우리를
뛰어다니다 난간에 매달린 돼지새끼를
잡아먹는 광경도 보았다. 그래서인지
어릴적 동물에 대한 저릿하고 살벌했던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몇해전 강아지를 키워 본 경험으로
동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고양이도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의
살벌하기만 했던 동그란 눈동자가 귀여움의 상징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도 느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고양이가 두렵게 느껴진다.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높은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밤이면 동물 특유의 빛을 발하는
눈동자가 더 밝게 튀기 때문이다.
하기사 쥐띠인 내가 고양이를 반기거나 좋아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런 상관없는 띠 얘기라 할지라도 어쨌거나 고양이의 출현은 달갑지 않다. 고양이가 어디를 어떻게 떠돌다 우리집까지 오게 되었을까?
잠시후 앞집에 다녀온 남편이 그곳에도
고양이가 왔더라는 말을 전해준다.
' 거봐. 당신만 좋아라 하는건 아니라니까~
지 살 궁리하느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메는 중이라고... '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름의 위안을
하면서 쓰레기를 얼른 처리해 버렸다.
그나저나 큰일났다. 앞으로도 자주 올 수 있을텐데... 동물에게 정을 주다 호되게 혼난 경험이 있는 나와 남편은 이곳에서
만난 고양이 때문에 고민 하나가 더 늘었다.
남편은 제발로 찾아온 고양이를 반기며
무조건 오케이 하겠지만 나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알아줬으면 좋겠다.
' 야옹아! ~ 나 있을땐 오지 말고
네 자유를 찾아 가거라. ~~ '
내 마음속은 이렇게 기원하고 있음은
아랑곳없이 남편은 고양이 사료를 사다 줄
계획에 들떠 있다.
산속까지 이끌려 이사왔는데도 이리도
정말 안 맞을 수가 없다.
당신과 나는 영원한 평행선이다.
ㅎ ㅎ ㅎ
( 2021. 5. 9. 일. 글-안젤라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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