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골일기-일상★

안젤라-정원 2021. 5. 7. 13:35


★ 산골일기★

어느덧 산골에 정착한지 한달이 지났다.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고 시간은
나이대의 거리만큼(키로미터) 훅~하고
지나간다고 하더니 그런말도
예사로 들리지 않을만큼 실감한다.

시골로 이사했다고 말을 하니
햇볕 잘 들고 평지의 땅에다 근사한
전원주택을 상상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곳은 시골이라 말하기는 애매한 곳이다.
오히려 산골이라 칭함이 자연스럽다.

산골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 깊은 산속의 구석지고 으슥한 곳 '
으로 검색 된다. 그렇다. 이곳은
산골이라는 말이 적당한 곳이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않아 윗집개가
우리집 마당에다 똥을 싸고 사라졌다.
낯선사람은 물론 우리가 잠깐만 눈에 보여도 심하게 짖는 개가 못마땅 했다.
며칠 후 주인을 볼 기회가 생겨 물어봤다.
그랬더니 주인은 양해를 바란다며 이곳의
특성을 말해주었다.

깊은 산속이다 보니 나무들이 많고 특히
밤나무가 있는 우리집 마당 옆 도로가에
계곡물이 있어 그곳에 멧돼지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다. 멧돼지들이 배고픔도
채우고 목욕까지 즐기고 가는 곳이라고
전해준다.

작년엔 윗집개와 멧돼지가 혈투를 벌이다
윗집개가 죽었다고 한다.
윗집 주인은 개 세마리를 키우는데
낯선사람을 지키기도 하지만 멧돼지를
쫓기 위해 사람을 물지 않는 개 두마리를
풀어두고 키운다고 했다.

사람이 해코지 않는다면 해치지는 않는
멧돼지이지만 출몰만으로도 두려운
존재인지라 예방차원에서 어쩔수 없이
개를 풀어놨다고 한다.

마을이라야 아홉가구가 전부이지만
아랫마을에는 이곳의 특산물인 마늘을
비롯해 농작물을 크게 짓는 가구 수가 많다.

인근에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펠릿
( 보일러나 난로용 연료-나무(톱밥)를
압축시켜 만든 작은 조각 물질) 공장이 있다.

도보로 15분~20분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으며 교회도 있다.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슬라이드 하는 곳도 가깝다.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고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서 산길로
오다보면 산속 마지막쯤에 우리집이
위치해 있다.

산속이라 그런지 철마다 피는 나물을 비롯해 평지에서는 구할 수없는 진귀한
보물들이 많다고 한다. 취나물을 비롯해
각종 버섯. 고사리. 곰취. 다래순.
엄나무순. 두릅. 망초대. 우산나물같은
산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다.
칡. 밤. 다래.헛개.탱자.매실.보리수.
엄나무. 목련. 측백. 구상나무 등은
마당에 심어져 있다.

깊고 으슥한 산속이라 혼자서 산에 가기는
무서워서 집마당 근처만 왔다 갔다 한다.
도시에서만 자라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나물을 먹어만 봤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나물을 따지 않는다.

남편이 수시로 채취해 오는 나물을 데치고
말리고 볶거나 무치거나 쌈으로 먹는 과정은 내가 해야 할 몫이다. 양이 많으면
짱아찌로도 담을 예정이지만 아직은
아닌듯 하다.

앞집은 약초를 캐어 즙을 만드는 일을 한다. 양약으로 고칠수 없는 병도 이분의 약초즙을 먹고 나서 효험을 본 사람이 많다고 한다.

깊은 산속에서 진귀한 약초를 캐서 건조
과정을 거쳐 즙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애쓰는 과정이 진심인 것
같아 작은 도움이라도 거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은 생각뿐이지만 앞으로 계획중인
산골 생활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다.
일단 멧돼지나 뱀 등 무서운 동물을 만나거나 벌이나 수시로 날아드는 벌레
병충해 등도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산속이라 도시보다 기온이 떨어진다는 점. 인근에 편의점이나 슈퍼.
대형 마트가 없다는 점이 조금은 불편하다.
대중교통인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
읍에 서는 5일장을 혼자 가보지 못하지만
필요한 물품 등은 남편이 차로 구입해다
주고 같이 동행해서 사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얼마전에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제천시에
가서 볼 일을 봤다.
읍내 시장에 내려서 머리 염색과 커트.
참기름도 구매했다.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기 위해 무조건 집을 나서서
도전해 보았더니 여러모로 효과가 컸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든 머리 염색과
커트 때문이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위해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
시골로 이사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 경우는 그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어도 가진게 별로 없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끌려 온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 여유로운 삶도 얻고 여러가지로
좋은 점도 보여 불편함도 감수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사진 )-♥
1. 나무- 앞에서 세번째 큰나무가 밤나무
2. 집마당 앞에서 두번째 석재 건너편
맨 뒤 큰나무가 밤나무 작은 웅덩이가 문제
-멧돼지 목욕터라 함.
3. 작게 희미하게 보이는 집이 윗집

( 2021. 5. 6. 목- 글. 김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