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쉬기 운동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이 없다.
한 때 아주 잠깐 운동에 빠져 본적은 있다.
그것도 취미로 잠시 좋아했을 뿐이지
특별히 상을 받거나 뛰어나게 잘한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배구가 재미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배구선수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셨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생님께 제대로
된 동작을 가르침 받았다. 그러나 키가
작은편이라 점프하기가 힘들었다.
배구공이 손바닥과 손목에 닿을 때마다
통증을 느꼈다. 배구가 이렇게 아픈
운동인가 싶어 바로 그만 두었다.
다음에 해 본 운동은 기계체조였다.
초등학교 때는 겁이 없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배운 철봉은
내 놀잇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발을
철봉에 걸고 앞 뒤로 회전해 돌거나
봉 위로 걷는 정글짐같은 놀이도
재밌어 했다.
어느날 집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다가
엄마가 새로 사온 밥상을 '와자작'
깨부셨다. 겁도 없이 장독대를 올라가
대문 위에서 뛰어 내렸다. 콘크리트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악' 소리가 나면서
다리를 다쳤다.
얌전하고 착했던 나의 의외의 행동에
부모님이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다리를 다치자 겁이 많아졌다.
5단 뜀틀을 넘다가 허리가 꺽이는
바람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한 달만에
기계체조 선수 양성반에서 퇴출되었다.
고등학교때 담임 선생님이
'운동 할 줄 아는게 뭐가 있냐?' 면서
질책했다. 오기로 아무 운동이나 취미로
배우고 싶어서 둘러 보다 눈에 띈게
탁구였다.
학급반장과 한동네 사는 친구로 친하게
지냈다. 강당에서 선생님과 반장이
탁구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거니 받거니 볼이 왔다 갔다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질투와 부러움을
느꼈다. 반장이니까 선생님이 상대해
주는구나 싶어서 약이 올랐다.
점심시간과 수업이 끝난후 자투리 시간에
선생님과 반장 둘이 탁구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탁구채 잡는 손과
공격할 때의 팔이 뻗고 다리와 몸이
움직이는 동작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무슨 용기가 났는지 혼자 시내로
걸어 나가 탁구장에 갔다.
탁구장 주인인 사장님께 탁구를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당시 레슨비를 따로 받았던 것 같다.
용돈을 아껴 모아 둔 돈으로 레슨비를
지출하며 서너번 정도 탁구 지도를 받았다. 생초보 실력이지만 그래도 탁구
선수에게 배웠다는 자부심이 생겼는지
이후로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가 붙었다.
잠들기전, 천장 한가운데 작은 탁구공이
왔다 갔다 움직이는 환시 현상이 생길
정도로 탁구 운동에 빠져 들었다.
직장에서는 3층 휴게실 공간에 탁구대가
2대 놓여 있었다. 주로 남자직원이 점심을
먹고 휴게 시간이나 퇴근후 탁구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직원이 탁구를 치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잘치는 직원만 겨우
탁구채를 잡을 기회가 생겼다.
어쨌거나 탁구라는 운동에 빠져
내 젊은 시절을 땀 흘리며 알차고
즐겁게 보낸 기억이 있다. 점포내
직장 탁구대회 시합에서 혼성탁구로
트로피를 탄 경력도 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잘해서가 아닌 남자 직원이
잘쳤기 때문이다)
이후에 탁구만큼 재밌는 운동을 발견
했는데 그것은 바로 볼링이었다.
10~15키로 정도의 볼링공을 손가락에
끼우면 탄탄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두손 모아 공손한 자세로 볼링공을 들고
한발은 앞으로 몸을 반쯤 숙인채
멋진 포즈로 공을 굴리면 '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타다닥'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내는 파열음에 새로운 매력이 느껴졌다.
이어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오가며
나이스를 외치는 응원까지 가세 될 때
그간의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볼링공이 직진을 하지 못하고
옆구멍란으로 쏙 들어가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볼링만큼 스트레스가
풀리고 잠시나마 고민을 잊을 수 있는
운동은 없었던 것 같다.
이때도 혼자서 볼링장을 찾기도 했다.
취미삼아 볼링을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다림에 지치다 집에 돌아가기가
일쑤여서 볼링도 시들해져 갔다.
무엇보다도 볼링장을 이용하는 가격이
비싸서 부담이 되었다. 이후론 볼링장에
가지 않았다.
볼링과 탁구, 배구를 운동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애매하다. 그래도
한 때 내 젊은 시절을 충만하게 해주고
기쁨을 준 순간이 많았기에 그시절이
그립다.
왜 지나간 옛시절은 모두 그리운걸까?
과거의 기억에 빠져 그 시절만 추억
한다면 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란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나는 힘들고
격렬한 운동이 싫다. 오로지 가벼운
산책과 도보, 집안에서 몸풀기 체조
동작, 숨쉬기 운동만을 즐긴다.
이래도 살빼기를 바란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지금의 산골생활이 좋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서 좋다.
운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뽐내기 위한 자랑이
아니라서 좋다.
상의를 탈의하고 '왕' 자 복근을 자랑하며
야한 속옷 차림의 운동복을 입고 섹시함의
무기가 최고인양 뽐내고 드러내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함께 짊어지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또 다른 변명으로 운동을
기피 하는지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제 몸도 마음도 내 마음대로
편하게 살고 싶다. ㅎㅎ
(2021. 6. 17.목. 글: 김영순-안젤라 정원)
- 사진: 탁구를 배웠기에 테니스 운동도 쉽게 배울줄 알았다. 저 테니스 치는 폼을 어찌할꺼나? 사진을 보면서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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