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골일기-내가 그린 그림 이야기(2)

안젤라-정원 2021. 6. 18. 19:38


★산골일기-내가 그린 그림 이야기(2)★

앨범을 정리하다 젊은날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낯선 나를 만났다. 스무살
고개를 넘어가면서 알 수없는 미래와
불안한 삶 앞에서 고뇌와 갈등으로
괴로워했다. 뚜렷이 알 수없는 무언가가
압박하고 힘든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앨범 속에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곱고
순수했던 지난 세월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뭉클했다.
아! 저 때는 그랬구나.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었던 친구들과
동료들의 이름은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어떤 사진은 뒷면에 날짜와 장소가
기록되어 있고 간간이 함께 찍은 사람의
이름도 만날 수 있었다. 빛바랜 또 다른
앨범에서 사진 옆에 끼워 둔 그림
몇조각을 발견했다. 순간 반갑고
놀라워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펜으로만 스케치 한 컷으로 색깔은
딱 세가지였다. 검정. 파랑.빨강색이
어우러지는 선의 모습이 섬세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때 나는 그림에 대한
허기와 갈증을 이런식으로 달래고
있었던 것 같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그린 그림이 아니라서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내 손가락과 뇌가 움직인
그 시절이 생각나 반가웠다.

요즘 정치권에서 국민의 힘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님의 글씨체를 두고
이렇쿵 저렇쿵 말이 많다.
초등학교 수준의 글씨체라며 공개적으로
흉을 보는 정치인도 있다.

이준석 대표의 글씨체 하나를 두고
대단한 발견을 한 것 마냥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설마 글씨체가 서투르고 못 쓰는
수준이라도 그런식으로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

갑자기 이야기가 옆으로 새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실은 내가 그린 그림도
아이들 수준의 스케치 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그림을 올리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할
터이다. 못마땅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록만큼 좋은
뇌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억의 뇌는
일정 시간이 흐르면 용량이 넘치고
과부하로 제동이 걸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도
모든 걸 다 기억할 수는 없다.

'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지난 시절의 내 삶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힘들었다. 아버지가 사고로
뇌를 다쳐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으로
투병하다 일찍 돌아가시고, 학교를
다니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
돌아가신 아버지 직장에서 베풀어 준
장학금 혜택으로 나머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오빠는 군대를 가고 혼자서
가장 역할을 지탱하며 근근히 살았다.

그 어렵던 시절도 지나고 나니 그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나간 시절은
어떻게든 기억해서 글로 풀 수는
있겠지만 그림이라는 장르를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겠다 싶다. 눈으로
기억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가슴으로
새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사진이라는
장르는 오래 기억하고 보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사진은 내 젊은날 35년에서 40년 세월의
강을 건너고 있다. 이러니 거대한 용량의
뇌가 아닌가?

그림이 독자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해도
흉을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간단한 조언과 평은 들어 보고 싶다.
방문하는 분들은 그냥 가지 마시고
손도장 남겨 주시고 눈도장도 꾹~눌러
주시기를... 부탁 드려요.

♥ 사진설명- 사진을 찍기 전 사인이라도 해둘걸... 이미 늦어 버렸다. 사진을
편집하면서 한 손가락으로 이름을
쓰다보니 글씨가 엉망이다. 그래도
문득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나 돌아 갈래~~ㅎㅎ

(2021. 6.18. 금. 글.그림: 김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