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로 이사온지 딱 석달째
7월을 시작하는 날이다.
온종일 햇빛이 따갑게 내리쬔다.
습기찬 방안의 이불을 거두어
빨래 건조대와 의자를 이용해
나무 데코 앞에 주르륵 널었다.
뽀송해진 햇볕의 열기가 따뜻했다.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급히 부르며 찾는다.
핸드폰 챙기라는 소리에
무슨일인가 싶어 따라 갔다.
집 마당 아래로 엊그제도
다녀 온 것 같은데 날씨가
오락가락 변덕이 심하니
집안에만 머물렀나 보다.
비가 온 후 해가 나면 뱀이
몸을 말리려 나온다는 소리에
기겁했다. 무섭고 두려움에
되도록 풀밭 근처에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활짝 만개한
꽃을 볼 리가 없다. 꽃을 반긴 향을
맡으니 언젠가 바람결에 실려온
냄새의 근원과 정체가 생각났다.
어째서 이제야 자신을 봤냐며
토라진 표정으로 꽃잎이 흘기는듯 했다.
비가 온 후라서 흠뻑 비를 맞고
간만의 햇볕이 좋아서일까?
유난히 갈래로 벌어진 꽃잎이
나팔처럼 우렁차게 피어있다.
둥글레 줄기 비슷한 키 큰 식물답게
청청한 잎사귀마저 싱그럽다.
꽃이 예쁘게 피어서 좋고
여릿여릿한 요염한 향기가
산골을 백합향으로 물들인다.
여성의 화장품 향수 비슷한
달콤 섹시한 향이 풍기니 향긋하다.
코수술 후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남편이 놀라움으로 반색한다.
어째 이리 향이 진하고 좋으냐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맘쯤에 학급
환경미화를 한답시고 미화부장을
맡은 나는 시장에 나가 꽃을 샀다.
그때 내 눈에 제일 먼저 띈 꽃이
백합이었다.
향이 먼저 나를 사로 잡았는지
아님, 희고 깨끗한 꽃잎이 예쁘고
아름다웠는지 칙칙한 남녀 혼합반의
환경정화에 적절한 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의 선택은 흰 백합꽃 이었다.
향이 너무 진해서 병실이나
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꽃꽂이가 금지
라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의 향이
진동을 하며 우리를 반기니 산골에
사는 맛이 이럴 때 생긴다.
산골에서야 널리 퍼질수록 더 좋으니
금지 할 이유 조차 없다.
세상엔 악취로 요동치는 뉴스거리도
많은 요즘에 싫은 냄새를 마다 할 권리도
있건만 자꾸만 쏟아내는 무한대의
소식에 진절머리가 날 때도 생긴다.
순수하고 상큼한 백합향처럼
설렘을 안기고 온유한 마음을
지닌 향기 담은 뉴스만 전달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연속에서 저절로 피어난
백합은 토종 바나나 으름처럼
토종 백합꽃이라 칭한다.
토종 백합꽃을 만나러 오기전
오늘 계곡 위에서 토종 바나나
으름 나무를 보았다.
열매가 맺히는 중인데 신기하다.
으름이 익으면 바나나보다도
더 맛있다고 남편이 자랑했으니
어떤 맛일지 은근 기대가 크다.
봄철에 이사와서 여름을 맞았다.
계절따라 피고 지는 많은 꽃을 만났다.
아무 관심없이 지나쳤던 꽃들에게
이제서야 애정이 간다.
가까이 다가가서 향도 맡아 본다.
어제는 개망초 향을 맡아 보았다.
생각 외로 순하며 풋풋한 향기가
신선해서 놀라웠다. 마치 풋사과의
향처럼 달콤했다. 벌들이 연신 왔다갔다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산골로 이사와서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적응단계라서
많이 힘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 없이 덜컥
이사 온 나는 남편에게 수시로 구박도
받고 무시도 당하면서 지냈던 것이
솔직한 산골 살이였다.
남편은 알고 보니 차분히 미리
산골살이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난 그걸 미처 몰랐지~ㅠ ㅠ)
자나깨나 '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시청함은 물론 회사의 자투리 땅에 직접
식물을 키웠다. 실패하는 이유와
잘 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몇년전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자
한동안 실의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판으로 뛰어
들었다. 일용 근로자 잡부로 건축관련
일도 배우고 익혔다.
그뿐 아니라 시청 녹지과에서 5년간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산속에서
경험한 일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지닌 나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러나 이제 나도 조금씩 아는 것도
생기고 대처 하는 방법도 배워간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내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하지 않나?
속담처럼 그럴 날이 오리라 믿고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2021. 7. 1. 목/ 글: 김영순-
안젤라 정원)
♥사진설명-동자꽃=참동자꽃/백합이 핀 아랫쪽에 주황색 동자꽃이 피었다. 하늘거리는 줄기 끝에 꽃들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다. 서식-산지의 숲속 산골짜기
★토종백합(당나리)=나리꽃.흰백이 아닌 일백백-알뿌리 비늘이 100개라는 뜻.꽃말-순수한 사랑.순결. 고급.아담.소박.기품.달콤한 향기 진함
♥속담풀이-검색창 이용♥
# 우물안 개구리-넓은 세상을 알지
못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뜻함.
#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읆는다-
어떤 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
분야에 오래 있다보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갖출 수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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