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
주말에 남편 친구들이 다녀갔다.
하룻밤을 묵고 갔다. 손님이 우리집을
방문할 때마다 윗집 개가 영역 표시를
해 놓는다.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윗집 개가
자꾸만 우리집 마당 앞, 또는 근처에
똥을 싸놔서 짜증이 났다.
주인을 만나지 못하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쳤다.
멧돼지 때문에 개를 풀어 둬서
양해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더니 우리집 마당쪽에 나무들이
너무 많다고 일부는 베어내고 잘
정돈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우리를 생각해서 말을 해 주는 것 같아도
실은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단풍나무와 보리수 나무가 서있는
도로 쪽으로 나무가 성장하면서
울창해지니까 운전하면서 윗집으로
올라가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주차도 한대 밖에 하지 못하니
마당에 나무를 다 베어 버리면
두대는 충분히 주차 시키지 않냐면서
넌지시 떠 보는 것이었다.
나는 슬며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언제 봤다고 우리집 터를 가지고
이렇쿵 저렇쿵 말을 하는가 싶어
나중에 알아보고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좋게 말하고 넘겼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상했다.
개가 똥까지 자꾸 싸니까 윗집 사람들이
괘씸했다. 남에게 조언과 충고라는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었다.
친하게 지낸 사이도 아닌데 함부로
말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산골로 이사 온지 석달째로 접어 든다.
그동안 참 일이 많았다. 날이면 날마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해서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해결하느라
새벽에도 조명등을 들고 이리 저리
헤매는 날이 있었다.
어제는 남편 친구들의 잠자리를 챙겨주고
현관문 쪽의 등을 확인 하느라 스위치를
눌렀는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체의
전깃불이 나갔다. 밖에 전신주의 등도
달아주지 않아서 집안은 물론 주위는
온통 깜깜 절벽이었다.
남편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 메인 전기 누전
차단기가 집 뒤 뜰 쪽에 있었다.
남편이 전화기를 들고 나가서 전기
누전 차단기를 올리자 불이 켜지고
전기는 원상태로 돌아왔다.
잠시 후 남편은 전화기가 안보인다면서
찾으러 다녔다. 뜰쪽에서 소리가 났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개망초꽃들이
치켜들고 우거져있어 찾기가 어려웠다.
다음날 나는 집 뒤뜰에 나가서 개망초꽃을
한움큼 베어 냈다. 꽃들이 많이 펴서
예쁘긴 한데 너무 많이 자라고 있으니
다니기가 불편했다. 그동안 창문 너머로
보는 걸로만 만족했다.
어제같은 경우는 전기메인 단자가
뒤뜰에 있으니 안가볼 수가 없었다.
예쁜꽃도 많으면 과유불급인가 싶다.
적당함이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개망초 꽃을 베어 버리면서 순간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산골로 이사와서 이제 다시는
꽃을 꺽어 화병에 꽂아 두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되었다.
그래도 아까운건 아까운거니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화병에 꽂아 두고
감상하기로 했다.
내 마음도 과유불급으로 넘치나 보다.
화도 났다가 짜증도 나고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별스럽지 않게 툭 던지고 가는
남편의 언행에 따라 내 마음도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이 더운날 조금씩만 서로 배려해주고
이해 해주면 좋으련만 일방적이고
자신들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는
일들이 생긴다. 정작 본인은 상처주는
것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다 접어두고 꽃병에 핀
개망초꽃에 눈길을 두기로 했다.
'그래. 자유로이 피어 있다
한번쯤 구속 당한 느낌이 어떠냐?'
고 묻고 싶다. 죽을 맛 이겠지? ㅠ ㅠ
(2021. 6. 27. 일/ 글: 김영순-정원)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산골일기-꽃이 좋아 향기가 좋아 (0) | 2021.07.02 |
|---|---|
| ★산골일기-개망초★ (0) | 2021.06.29 |
| ★산골일기-기다림의 미학 (0) | 2021.06.21 |
| ★산골일기-내가 그린 그림 이야기(2) (0) | 2021.06.18 |
| ★할 줄아는 운동이 뭐예요? (0) | 2021.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