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데 익숙지 않다?

안젤라-정원 2005. 4. 11. 00:09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데 익숙지 않다? -


어제는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의 학생선도위원 건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교실 복도에서 마주 친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짤막하게 들은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항상 내 눈에는 위태로워 보이는 아이의 단점들.

하지만, 이따금씩 담임선생님의 의견은 항상 칭찬과 격려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담임이 맡고 있는 과목인 ‘과학’ 만큼은 아주 우수한 성적이다.

그만큼의 자신감과 칭찬에 힘입은 덕이라고 믿고 싶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는 배움의 스승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함께 칭찬

한마디 못 듣고, 매주 깨지고 박살나는 마음을 안고서 주체할 수 없는

우울함에 기분이 착착 가라앉음을 느낀다.

언젠가 그분에게 편지 쓸 일이 생겼다.

나는 '그래도 칭찬과 격려로써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글을 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선생님의 답변은

‘오기와 복수심에서 더 열심히 분발해서 꼭 뭔가를 보여 주겠다.’

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원망감과 함께 서운함이 밀려드는 걸 속일 수가 없었다.

선생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아이에게 칭찬보다는 핀잔주는 일에 더 익숙해진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언젠가 아이가 반발하면서

“ 그래도 엄마는 날 좀 칭찬 해주면 안돼요?” 라는 소리를 듣고

‘아차’ 싶었다. 좀처럼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못하는 나를 일순간

일깨워준 한마디에 속으로 뜨끔했다고나 할까?


왜 그렇게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은 걸까?

나 자신부터 남에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더 자신감에 넘치게

됨을 느끼면서도 남에게는 그렇게 대하지 못함이 부끄럽다.





한달에 한번씩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우편함으로 사보가 날아든다.

그 속에 ‘칭찬 이어가기’ 프로그램이 있다. 가끔 아는 얼굴이 눈에 띈다.

그 아는 얼굴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항상 넉넉한 웃음으로 서글서글한

눈매와 어지간한 일로는 화내지 않는 그런 분이다.

‘어쩜 사람이 저럴까 싶은...’


TV 방송에서도 ‘칭찬 합시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먼젓번에는 어린시절 부모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받은 마음을 거울삼아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고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따금씩 보게 되는 ‘칭찬 합시다’ 방송을 보면서 깨닫는 점이 많다.

칭찬받는 주인공들은 아무런 내색함 하나도 없이 베풀며 사는 모습이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오늘 조간신문에는 영화를 같이 만든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하고,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신뢰감이 쌓여가며 다음 작품에서도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실렸다.

서로 같이 있으면 ‘그냥 좋은 느낌’으로 서로의 칭찬으로 맺어지는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한국영화의 앞날은 밝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본 대로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못하고,

아부와 입에 발린 남 듣기 좋은 소리는 하지 못하는 나에게

가끔씩 내게 던지는 옆 지기의 말이 있다.

“칭찬해주는 데  돈 드냐 ?”

분명 돈 드는 일이 아님에도,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남을 칭찬 하는 데는 익숙지 않은 걸까?’


(글쓴이: 인샬라-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김영순)


* 음악-파로호님 펌* 스크랩이나 복사해서 다른 곳에 글을 옮겨가시는 분은 제게 말씀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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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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