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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복사하다.

안젤라-정원 2005. 5. 12. 19:06


절정을 복사하다 / 이화은

예술의 전당에서 이만 원 주고
클림트의 키스 복사 본을 사 왔다.

트윈 침대만한 북쪽 한 벽에
햇솜 같은 할로겐 불빛을 짙게 깔고
그들을 눕혔다.

이건 아니다.
너무 진부했다.

매양 여자가 아래에 깔리는 체위
뒤집어 여자를 위로 올렸다.

마침 티브이에서 못 생긴 여자가
여성 상위에 대해 침을 튀기고 있다.
못 생길수록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고...

이 시각부터 그렇게들 생각한다면
고즈넉이 남자의 입술을 먹고 있는
이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다시 일으켜 세웠다.
불빛이 주르르 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는 체위에 관해서는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입맞춤이 끝나고 그들은 눕든가
헤어져 돌아가든가 할 것이다.

한국 영화처럼
끝까지 다 말해 버리지 말자 하지만
이 숨 막히는 정적.

한순간만은 다시 복사해
내 가장 숨 막히는 시간 속에
걸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