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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안젤라-정원 2005. 5. 19. 08:28

*** 마지막 편지 (가수: 이승훈 노래)***


믿어지니 우리 사랑 끝내야 할 운명이

눈 감아도 내 가슴속엔 항상 너 뿐일 텐데


알고 있니 끝내 우린 남이 될 수 없기에

가슴속에 내 남은 사랑 묻어두고 가는 걸


해질녘 노을 보며 함께 수놓은 꿈들은

스치는 바람처럼 다 부질없는 꿈 이었나


보고 싶은 마음도 아름다운 추억도

고이 접어 간직하려해

이별 뒤에 그 약속까지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없지만

영원보다 더 오랜 동안 사랑하겠노라고...


해질녘 노을 보며 함께 수놓은 꿈들은

스치는 바람처럼 다 부질없는 꿈 이었나


보고 싶은 마음도 아름다운 추억도

고이 접어 간직하려해

이별 뒤에 그 약속까지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없지만

영원보다 더 오랜 동안 사랑하겠노라고

영원보다 더 오랜 동안 사랑하겠노라고..


* 마지막 편지!

얼마 전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정계와 재계, 사회적으로 한동안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뜻밖의 자살소식으로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고,

가슴 아파했다.


특히나 그분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유서에 적힌 글씨체와 그분이 아끼는

사랑하는 사람들 앞으로 남긴 마지막 편지는 모든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자살 당시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듯 글씨체는 마구 휘갈겨

쓴 것처럼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부인과 자식 앞으로 남겨진 마지막 편지를 읽어나가는 뉴스를 볼 때

당사자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까 짐작해본다.

'미안하오. 먼저 가게 되는 못난 나를 용서하시오'


마지막이라 하면?

2년 전에 이해인 수녀님의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 오늘이 마지막 이라면...'

자신의 죽음을 앞당겨 묵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세상과 이웃을 향해 구체적으로 고별인사도 해보고

유서도 써보고, 상상으로 관 속에 누워도 보고,

땅 속에 잠시 잠시 묻혀도 보자는 얘기였다.


그러면 스스로 좀 더 숙연해지고, 조금은 더 겸허한 모습이 되어

일상의 자리로 되돌아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자연과 인간과 사물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도 깊이 감사하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려면 너무 힘드니 평소에 화해하고 용서하는

너그러움, 남을 배려하는 사랑을 더 많이 연습해두라고 당부하셨다.

말도, 행동도, 기도도, 오늘 밖엔 없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성실을 다해서 살아야 되겠다는 조언을

담으신 글을 기억해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하는 편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철렁함도 그렇고, 그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쩐지 마지막이라 함은 불안스럽고,

공포감마저 밀려 들 때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해본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더욱 그러하다.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그렇고, 따뜻한 목소리,

다정한 배려감에 서린 말과 행동들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그런 절박함이 싫은 것이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말기로 하면 안 될 것인가?

마지막 편지를 적는 절박한 심정보다는 그냥 품고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아주 예전에 나도 죽음의 기로에 선 씁쓸한 기억이 있다.

장 쪽에 혹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MRI 단층 촬영을 실시했을 때,

유서 같은 각서에 사인을 했을 때의 심정.


약물 부작용으로 예기치 않은 호흡곤란과 근육마비와 근육 손상 등이

몰려와 급하게 해독제를 쓰고 살아난 경험이 있다.

이 후로 수술을 강행하게 되었을 때, 병원 측에서는

1박 2일 동안 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라는 휴가를 내주었다.


그때의 심정은 아마도 ‘이 길로 나가면 다시는 내 집에 들어설 수 있을까?'

라는 무언의 공포감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막막한 기분이었다.

집에는 아이가 어렸으므로 시어머님께서 당분간 우리 집에 거주하면서

아이와 내 살림을 돌봐주고 계셨다.


나는 그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편지를 써 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국은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병원으로 향했고, 그렇게 나는

살아나서 지금까지 이르러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때, 마지막 편지를 쓰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통장을 정리해놓고, 공과금도 미리미리 은행에 납부했고,

주변정리를 모두 마치고서야, 나는 드디어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았다.

평소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의 나를 반영해주기를 어쩌면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일 두려웠던 것은 마지막 편지가 그야말로 내 인생의

'마지막' 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스스로를 달래는 소신 같은 것이 있는데 설령,

마지막이 될지언정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


집에는 아이와 나와의 교환 편지 형식으로 적어 두는 노트가 있다.

처음엔 아이와 더 밀접한 정서적 교감을 위해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적기로 하고 시작했었는데, 그 노트가 이제는 내 유서처럼 돼 버리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도 가끔 적어두고, 좋은 글귀나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이나

아이에게 일러두어야 될 좋은 것들을 총 집약해서 모아 둔 것이기도 하다.

가끔 나는 아이에게 일러둔다.

" 이 노트는 엄마 유서와 같은 것이야." 라고...

아이가 펼쳐보지도 않고, 저만치 밀어두는 노트를 가지고 나는

오늘도 풀을 들고, 아이 방에 들어선다.


마지막 편지를 제대로 적으려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 정몽헌 회장님의 유서 마냥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는 작별 인사는 사랑함과 미안함, 용서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 편법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편지는 무엇보다도

' 사랑함으로 행복하였네라~'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생은 짧고, 나누어야 할 것은 많다.' 고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베풀고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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