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 이성복
초가을 한낮에 소파 위에서
파리 두 마리 교미한다.
처음엔 쌕쌕거리며 서로 눈치를 보다가
급기야 올라타서는
할딱거리며 몸 구르는
파리들의 대낮 정사
이따금 하느작거리는 날개는
얕은 신음소리를 대신하고
털 복숭이 다리의 꼼지락거림은
쾌락의 가는 경련 같은 것일 테지만
아무리 뜯어보아도 표정 없는 정사.
언제라도 손뼉쳐 쫓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 작은 뿌리에서 좁은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긴 생명의 운하 앞에
아득히 눈이 부시고 만다.
<백년 후에 읽고 싶은 백편의 시 >
* 깐돌이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위 사진을 보고는 불현듯 이 분의 시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 사진 - 깐돌이님의 반대로 달리기/ 블로그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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