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음악, 방송, 詩 ,책 이

파리의 정사?

안젤라-정원 2005. 6. 8. 12:05
 


-파리 / 이성복

초가을 한낮에 소파 위에서
파리 두 마리 교미한다.

처음엔 쌕쌕거리며 서로 눈치를 보다가
급기야 올라타서는
할딱거리며 몸 구르는
파리들의 대낮 정사

이따금 하느작거리는 날개는
얕은 신음소리를 대신하고
털 복숭이 다리의 꼼지락거림은
쾌락의 가는 경련 같은 것일 테지만
아무리 뜯어보아도 표정 없는 정사.

언제라도 손뼉쳐 쫓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 작은 뿌리에서 좁은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긴 생명의 운하 앞에
아득히 눈이 부시고 만다.

<백년 후에 읽고 싶은 백편의 시 >

 

* 깐돌이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위 사진을 보고는 불현듯 이 분의 시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 사진 - 깐돌이님의 반대로 달리기/ 블로그에서 펌 )

'느낌이 있는 음악, 방송, 詩 ,책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 방우달님의 책 소개  (0) 2005.06.29
내 이름은 김삼순  (0) 2005.06.24
눈뜨면 없어라-그리운 사람들  (0) 2005.06.03
6월  (0) 2005.06.01
백지로 보낸 편지  (0) 200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