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뜨면 없어라’ 그리운 사람들 -
살아 있으면서 무감각한 것처럼 가여운 것이 또 있을까
스물 몇 살 적 노트에 남아있는 빛바랜 낙서를 본다.
통곡할 줄 모르고 열광할 줄 모르던 우리들.
마음 놓고 웃고 울지조차 어쩐지 조심스러웠던 우리의 젊은 날.
환하게 웃지는 못하고, 낄낄거리기만 하다가 때로 느닷없이
눈이 젖어오면 ‘팽’ 하고 코를 풀어서 눈물을 지워버렸다.
그런 애매한 표정을 하고, 우리는 순진하게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벌거벗은 나 자신에 대해서... 가족과 내 여자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웃과 사회와 조국이라는 것과 그리고 가끔은
타인인 동시대인들에 대해서까지...
그러다가 우리는 대개 작고 사소한 의문들 때문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는 하였다.
깨진 거울 조각들을 주워 맞추다 보니...
거기에 그런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새로 책으로 묶기 위해 다시 읽다가 나는 여러 군데를
다시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난날을 고칠 수는 없으니까...
과거란 그런 거니까...
안타깝고, 아리고,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그리운...
추억이란 다 그런 거니까...
(1992.12월 아주 추운 날, 김한길- 김한길님의 에세이 ‘눈뜨면 없어라’ 중)
문득문득 그리움에 목이 메어올 때가 있다.
눈을 뜨고 나면, 내 곁에서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고
때론 지난날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기억 같기도 하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그리움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있다가 그리울 때마다 떠올라진 얼굴이 내 눈앞에 펼쳐져
‘쨘’ 하고 나타나 마술이라도 부려주는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무의식의 꿈의 공간만이라도
환한 웃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얼굴이 보였으면 좋겠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눈뜨면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안타까운 일인지...
(글/ 인샬라-정원/ 김영순)
*이미지- 중년쉼터, 음악-무상님 블로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