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이름-
* 아래의 글은 인터넷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에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 때에 발생한 에피소드를 적어 놓은 글입니다.
약간은 감정이 절제가 되지 않았던 때 적어 둔 글인지라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죄송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미숙한 글에 양해를 바라며...
* 며칠 전 낯선 이름의 메일 한 장이 날아 왔다.
아무리 내 기억 속을 헤집어 봐도 듣도 보도 못한 한 남자의 이름.
그것도 흔하지 않은 옛날 선머슴의 이름이랄까?
장난은 아닐 테고 자세히 보니 이니셜 밑에 낯익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카페 초대장이다.
한달 전부터 내가 가는 장소, 내가 만나야 할 약속의 시간을 정할 때마다
여지없이 내 앞에 머물러 나를 주시한 사람이 있었단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까지...
그렇게 나와 그 낯선 이름의 주인공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과는 달리 자꾸만 만나지는 나와의 인연/ 그러니까 기막힌 인연
때문에 카페를 열고, 제일 먼저 초대손님으로 나를 초청했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도 있다는 말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일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못해 소름이 끼쳤다. 분명히 남에게 나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내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대상과 상대방의 관심사가 일치가 됐을 때
그것이 기분 좋은 일임은 누구나가 공감할 사항일 것이다.
헌데...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는 뒤로 넘어갈 뻔했다.
사진속의 인물과 함께... 으랏찻찻... 하하하... 웃는 모습의 글을 써놓고...
알고 보니 애 둘 딸린 ‘봉수 ’ 아줌씨였던 것이다.
며칠 전부터 나는 미궁에 빠진 이름 때문에 커다란 고민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일들로 인해...
그런데 애 둘 딸린 ‘봉수’ 뭐라나? 아는 아줌씨로 인해
난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이 어쩐다나?’
그러면서 나는 카페에 항의조의 글을 올렸다.
다음날, 그녀에게서 차분한 메일 답장이 왔다.
이상하게 자꾸만 만나지는 ‘언니’ 와의 인연 때문에 잘 지내고 싶어
제일 첫 번째 인터넷 카페의 초대 손님으로 나를 초청한 것이라며
양해를 구해왔다.
어쩌란 말인가?
여러분 중에도 이런 경험들이 있으신지...
나 모르는 사이에 나를 누군가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안 뒤로는
이래저래 마음이 뒤숭숭하고 이상할 뿐이다. (2001. 6. 05)
-넋두리-
서툰 컴퓨터 실력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남이 올려 준 동영상이라나 뭐라나? 뭐 그런 것 하고...
뮤직 메일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 하고...
그런데 들으라고 올려줬건만 들을 줄을 알아야지...
학교 가는 아들 놈 붙잡고 물어보니
아 이것이 천 원 내놓고 배우라나 뭐라나?
“ 너 키워 준 세월 돈으로 환산해 내놓을 테냐?” 그랬더만
당연히 ‘싫지.’ 라면서
‘왠지 엄마에겐 가르쳐 주기 싫다나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기만 알고 자기만 위해주고 살아 온 시간들이
어쩌면 엄마가 컴퓨터에 빠져 자기한테 소홀할까봐
수작? 내지는 술수? 작전을 피는 것 같더라 이 말씀.
친구들은 몽땅 변성기에 콧수염까지 보이는데
자식놈은 뺀질뺀질 솜털 밖에 안 보이고,
변성기도 아닌데 정신은 미리 앞서 나간 마음속에
능구렁이 뱀 한 마리 틀어 앉은 영감 같은데...
어떻게 저걸 구워 납작하게 만들까마는
지켜보고 믿어보고 사랑 베풀다 보면 나아질까?
아! 겉으로야 사춘기가 아닌 것 같은데, 사춘기의 반항을
미리 겪은 일도 많았다는 것 아닙니까?
가끔씩 편지도 보내오고...
커갈 수록 어깨가 무거워 오는 엄마, 아빠에게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대들지 않고, 반항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한다 하더니만...
차츰차츰 좋아지고는 있더라고요.
그래도 엄마에겐
‘ 왠지 컴퓨터는 가르쳐 주기 싫어요.’ 잉???
에잉!!! ~~내 이놈을 그냥~~~콱!!!! (2001. 5. 12. 토)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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