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여름 방학 이야기

안젤라-정원 2005. 7. 31. 00:01
 

-지난 나의 여름 방학 이야기 -


아이가 오늘부터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이맘때쯤이면 나 어릴 적엔 외삼촌과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 댁에 가서 여름방학을 보내곤 했었다.


산속 밑에 얼기설기 지어진 초가집에서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두개의 작은 방에서 나눠 자던 외손자, 외손녀들.

밤새 모기에 물려 아침잠을 깨면 마당에서는 어른들이 치약으로 이를 닦고

우리들은 굵직한 소금으로 입안을 헹굴라치면 짭짤한 짠 맛 때문에

이 닦기를 싫어했던 우리들. (당시엔 치약이 비싸고 귀했었다.)


마당에 수도나 펌프가 없으니 산속 깊은 곳 옹달샘에 몇 십 분씩

걸어가 물을 길어오고, 그 물로 입안을 헹구고, 고양이 같은

세수를 해 대곤 했었다. 밥상에는 항상 그득한 껄끄러운 보리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그 보리쌀조차 아끼시며 조그만 항아리에

한 대접씩 덜어내시던 외할머니의 예비 된 식량절약 모습을

자주 보곤 했었다.


누에 키우고 담배농사로 바쁘신 동네 어른들을 뒤로 한 채,

동네 선머슴, 계집아이들과 산속을 후비고 다니면서

개암나무, 산딸기 따먹고 개구리 잡으러 다녔던 일...

산속에서 쐐기(벌레)에 물려 한동안 고생했었던 일.


저녁이면 마당에 가마니 깔아놓고, 호박 '쑹덩쑹덩' 썰어놓고,

밀가루로 반죽을 밀어서 칼국수를 만들어 '호호 후후 '하며

뜨거운 입김 불어가며 먹던 호박 칼국수의 맛! 잊을 수가 없다.


이 후에 이사 간 집에서 마당 밖으로 감나무,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덜 익은 감을 따다 소금물에 담가 놨다 꺼내 먹을 때의 찝찔하던 짠 맛!

설익은 복숭아를 익기 전까지 참지 못하고, 우리들은 몰래

아침, 점심, 저녁마다 따다 먹었는데... 정작 장에 내다 팔 복숭아가

한바구니 밖에 남질 않아 난감해하시던 외할머니의 표정이 떠오른다.


딱딱하게 돌덩이 같은 복숭아를 입에 넣고, 아작아작 씹어 먹으면

퍼런색의 겉모습과는 달리 하얀 속살처럼 달콤하고, 상큼하던 맛!


햇볕이 쨍쨍 내리 쬐던 더운 여름날!

배추 싹 심다가 인분 냄새와 햇볕에 어지러워 쓰러질 뻔한 일.

이 후에 우리가 심던 배추 싹에선 배추가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고

하시던 외갓집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어야 했다.


마을 회관에서 영화를 상영해 준다는 방송을 듣고

'섬마을 선생님'과 여러 편의 영화와 무성영화를 봤던 일도 기억난다.


시골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때에 길러졌던 나의 감수성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나의 생각들을 풍부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나는 많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고향 같은 추억이고 냄새이기 때문에...


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을 때마다 나는 외갓집에서 보냈었던

그 시절을 많이 그리워한다. 아이에게도 그런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도록 노력도 한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현실여건에서 많은 부분이 방학을 방학답게 지낼 수없음이 안타깝다.


아침신문에서는 '방학'이란? 말 그대로 공부에서 '해방' 되는 것이라는데...

현실은 영 딴판인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이나 부모나 어쩔 줄 몰라 서성이고 불안 해 한다.

어떻게 해야 방학을 알차고, 보람되게 잘 보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2001. 7. 20 자.)


(글쓴이: 인샬라-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여름 방학 이야기-


아이가 오늘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정확히 한달이라는 기간이다.


여름방학을 보내는 요즈음의 풍경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의 수업이 가정이라는 장소로만 바뀌는 것일 뿐...

아니, 가정에서는 식사와 잠자리 제공만 하는 것일 뿐,

여기저기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자랄 때, <방학>이라는 것은 그저 신나고, 논다는

개념 밖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방학숙제라는 것도 별로 해 간 기억이 없다.

막판 며칠을 남겨놓고 벼락치기로 일기장을 쓴다거나

남의 것을 베낀다거나 식구들 모두가 둘러앉아 서로 품앗이로

과제물 제출 할 것을 도왔던 것 같다.


방학기간 동안 신나게 논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려간

기억밖에는 없는 듯하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곤충채집

같은 것을 멋지게 해왔던 친구들도 있었긴 했지만...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에는 방학과제물이 혼자 하기엔

무리인 숙제들이 많았던 것 같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할 수없는 것들로 인해서 학교방침에 불평불만이 많았다.

더군다나 방학과제물로 상장을 수여하고, 평가하는 분위기를

보일 때면 교육에 대한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다.


방학이라면 학교나 가정에서 그동안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그런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나 여건을 마련해주고,

보다 많은 경험을 접해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여행을 많이 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실생활에서 마음먹은 대로 실행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나마 다니던 학원에서는 방학특강이라고 해서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도 하고 학교를 다닐 때보다도 더 바쁘게 아이들을

더욱 혹사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중학생 이상 된 아이라면 봉사활동 점수가 내신 성적에 반영되기도 한다.

(중략)

 

아이는 여름방학 중임에도 바쁘게 하루를 움직인다.

아침에 갔다가 밤늦게 오는 날이 있기도 하며 그렇지 않은 날은

다른 과외를 받아 보기를 원한다. (중략)

 

부모 된 입장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는 것과 해보고 싶은 것을 경험하게 했으면 싶다.


어떻게 방학을 뜻 깊게 잘 보낼 수 있을 런지...

한달이라는 기간이 길다 면 길고 짧다면 무척 짧은 기간인데...

노력한 만큼 열심히 해서 본인이 원하는 좋은 결과로 기억에 남는

여름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3. 7. 22자)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김영순)



음악/=제롬=(펌) -decoction- -복된 한주를 열어 가소서!~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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