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찜질방 문화-
몸도 마음도 무겁고 한없이 늘어져서 피곤하고 울적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나는 뜨끈한 불가마가 있는 찜질방이 생각난다. 기껏해야 일년에 몇 차례,
명절이나 집안의 행사시에만 목욕탕을 찾곤 했던 옛날과는 달리,
몇 해 전부터 불같이 일기 시작한 찜질방 문화는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해있던 목욕탕은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 해 인가부터는 찜질과 샤워시설은 물론이고, 문화시설까지
완벽하게 구비한 찜질방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최신식 시설을
갖춰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온갖 편의시설을 이용하고도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숙박업소까지 큰 타격을 입힐 정도로
찜질방은 인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집 근처에 찜질방이 여러 군데가 생겼다.
이전엔 전철을 이용해 불가마 있는 곳을 찾아 다녔던 것과는 달리
요즘엔 집에서 입던 평상복 차림으로도 집을 나서면 가까운 찜질방에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 좋다.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고,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긴 만큼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찜질과 목욕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좋은 시설을 잘 구비해놓고도 인근에 자꾸만 새로운 찜질방이 생겨서인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차츰 줄어들었던 '00 불가마'가 석 달 보름 만에 주인이
바뀌고 기존에 있던 시설을 재정비해서 다시 손님들을 맞이했다.
보완 전에는 시설 면에서 다른 찜질방보다 한참을 뒤처졌던지 새 곳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고객은 인근에 동종업종의
찜질방이 여러 군데 생기면 이득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최선의 선택을
통하여 자신의 구미(口味)에 맞는 곳을 찾아 들어가면 되니까.
역 전 앞의 지하 찜질방은 입장료가 천원이 비싼데다 헬스 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물론, 소금, 숯가마, 재래식 가마, 황토방, 산소방,
갯벌방, 아이스 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찜질을 이용 할 수 있고,
공짜로 DVD로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요가나 단전호흡,
노래 교실, 이벤트 등 오락을 겸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진 곳이었다.
하지만, 지하이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은 탈의실 천장 위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정전이 되기도 했다. 정전 사태가
발생이 된 걸 두 어 번 목격한 이후로 나는 이곳 찜질방을 이용한다는 것에
겁이 더럭 나기도 했다. '혹여나 불이 나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런가? '별 걱정을 다한다는 생각에 우습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런 염려가 들지 않을 리 없었다. 찜질방에서의 화재 사고 소식은
종종 방송에서도 뉴스의 화제 거리가 되기도 하니까.
시설을 보완해 새로 오픈한 찜질방은 아직 신문이나 전단지를 통한
홍보단계를 거치지 않았고, 마무리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고객의
성화에 일단 문을 열었다고 한다. 찜질과 목욕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시설 정비를 마저 끝내놓지를 못했다고 했다.
오랜만에 이곳을 찾으니 탈의실의 수면실을 없애고 확장하는 공사를
해서인지 넓어 보였다. (수면실은 찜질하는 곳으로 옮김) 곳곳에
산뜻한 느낌이 도는 나뭇결 바닥재와 벽지, 조명 등에도 신경을 썼고,
선인장 화단까지 만든 것에 한결 기분이 새로웠다.
찜질하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방으로 되어있는 곳을 모두 터서 넓은 공간을
확보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수기도 새로 설치해두었고, 모든 시설들이
아주 깔끔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 황토방에는 솔잎을 바닥에 깔아두었고,
계피를 걸어두어 향긋한 냄새를 풍기게 만들었다. (계피가 진드기에 효과가
있다고 함) 둥그런 모양의 뜨거운 불가마의 열이 몸으로 전해 내려오니
금방 온 몸이 땀으로 어 내리면서 개운한 느낌이 든다. 동굴처럼 안이
막혀 있어 답답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리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불가마를 이용하다보면 뜨거운 열로 인해서인지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경우도 있었고, 발바닥이 논바닥마냥 쩍쩍 갈라지는 현상도 있었다.
피곤하고 아픈 몸을 치료차 갔다가 오히려 몸살이 나고 아파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찜질을 한 후, 어찌나 몸이 개운하고 산뜻한지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피부가 보송보송해지고, 잡티마저 말끔히 제거된
느낌이었다. 찜질방을 다녀 온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피부가 정말
장난 아니게 고와졌다. ㅠㅠ
찜질방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요가나 노래와 춤 등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주위를 왁자지껄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그걸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정신적 공해가 되기도 한다. 방음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시행토록 했으면 좋으련만...
주위가 시끄럽고, 연인끼리의 지나친 포옹 장면 등 눈살 찌푸려지는 일들만
빼고는 찜질방에서의 휴식은 몸도 마음도 기분을 새롭게 다져주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심신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으신 분들 우리 한번 찜질방 문화에
빠져 봅시다! ]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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