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순례-
환자가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다.
건강할 때는 잘 모르지만, 몸이 아프게 되면 그때부터는
훌륭한 의사를 찾아 병원 순례를 나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곳저곳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보면 병도 깊어지고
이것저것 각종 검사에 환자의 진이 다 빠지고, 돈은 돈대로 들고
환자와 보호자 둘 다 지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병원 순례가 잦다보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어 위급한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단점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은 병명이라고
생각되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엔 이곳저곳 여러 군데의
병원 순례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병원에서 재차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다른 병명이 나올 수도 있고,
병을 오인하는 경우도 있으니...
개인병원치고는 제법 큰 병원이고, 국내에서 알아주는 S대 의대를 졸업한
전문의에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병원에서
진찰 결과 당장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약물 치료나 기타, 다른 치료 방법은 증상을 조금은 완화시키는
작용은 하지만 근본적인 질병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했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나를 보고 의사는 일주일치 약을 지어주고
며칠 후 병원을 방문해 반드시 수술할 것을 권유하였다.
집으로 돌아오고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르고 이것저것에 대한 걱정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모레 모의고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됐고, 수술하게 되면 집안일을 대신 해 줄
사람도 없으니 여러 가지로 걱정이 앞섰다.
남편은 ' 잘 좀 알아보고 나서 수술을 결정하든가 하지 너무 일찍 서두른다.'
면서 언짢은 기색을 비쳤다. 위로는 해주지 못할 망정
아내가 수술한다는 말에 난색을 표하는 그런 남편이 서운했다.
어차피 아픈 건 나 자신이니 남편 말대로 한쪽 의사의 말만 듣고,
수술을 결정하기 보다는 다른 병원에 가서 더 확실하게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인근의 큰 병원으로 찾아 가보게 되었다.
의학이 발달하였다고는 하나 수술이라는 것이 결코
단순하게 생각할 사항은 아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해도
수술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는 커다란 심적,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는데다 중대한 선택 앞에 망설이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찾아갔던 병원은 한방과 양방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종합 병원으로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매우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의사는 내원한 환자를 진찰하고 나서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고,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환자의 궁금증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친절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잘 설명해주셨다.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게끔
안정을 찾게 말씀해주신 점이 감사했다.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치료시기를 늦추어
우선 약물 치료를 겸해서 경과를 지켜 본 다음,
그때 가서 수술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권유를 해주셨다.
일단 수술을 먼저 권유하는 것도 개인병원의 특성상 그럴 수
있다는 말씀을 건네는 것이 공감이 되었다. 개인병원 같은 경우
수술은 곧 수입과 직결이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수술을 하긴 해야 될 것 같은데, 수술을 안 하고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에 나로선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서
당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전 의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다른 병원을 찾은 것이 '그나마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길바닥에서 신문지를 깔고 앉아
상추며 족파, 당근 등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상추 천원어치를 사가지고 재놓은 고기에다 상추쌈을 싸서
간만에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오늘 밤은 잠을 제대로 이룰 것 같다.
(2006. 4. 17.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