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랑을 베푼 자는 기억 못해도

안젤라-정원 2004. 11. 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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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베푼 자는 기억 못해도-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복도로 나를 부르셨다.

동인천 신포 동에 있는 한 경양식집을 알려주시면서 나와 한 친구를

부르시더니 다른 선생님과 함께 가보라고 하셨다.


그 즈음엔 한참을 가정시간에 서양 음식을 배우면서 양식 상차림과

예의를 중시하는 서양 음식 먹는 법 등을 공부했었다.


처음으로 낯선 곳에 가서 자리에 앉고 보니 그 자리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있는 로터리 클럽의 장학금을 수혜 하는 자리였었다.

가정형편상 어렵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부(富)와

어느 정도의 명예를 쌓으신 분들의 모임인 장학재단에서 마련된

장학금을 주는 자리였던 것이다.


서양음식을 처음 먹는 것도 이색적 이였거니와 맞은편 자리에 앉았던

같은 교회 다니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던 순간, 나는 사실 많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당시 나보다 더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지만, 나를 추천해주신

선생님의 의도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으로 어렵지만 공부에 뜻이 있고,

잘하는 학생에게 용기와 함께 장학금을 주는 그런 자리가

나로선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는 그저 ‘가난’ 이라는 단어를 그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많이 창피한 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 장학금의 혜택으로 나는 집안의 무거운 짐을

많이 덜어줄 수 있었다.

상당히 큰 액수의 장학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자리에 왔던 중, 고교, 또는 대학생들은 똑똑한 학생들을

경쟁자들과 선별하여 귀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의 그런 호의가 달갑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 분들은 꾸준히 몇 십 년의 활동을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그런 베품을

일일이 기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랑을 베풀고 나누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富)를 어려운자들이나

가난한 자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한참을 지나서였던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자리에서 양식을 먹었다는 기억과 함께

‘나도 부자가 된다면? 아니 여유가 생긴다면 저들처럼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고, 나눌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지금껏 갖게 해준 고마운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박히는 생각중의 하나가 사실은

이런 문제였었다.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마음!

알면서도 얼마나 어려운 단어란 말인가?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 아래서 베풀고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을 베푼 자는 자신이 한 일을 기억 못해도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당시의 일을 언젠가는 기억하게 마련인가 보다.

 

(글쓴이: 인샬라-정원, 실명- 김 영순)

 

-추신: 알림-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출연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방명록과 꼬리말을 참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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