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저에 관한 오마이 뉴스 인터뷰 기사 내용입니다.

안젤라-정원 2004. 8. 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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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은 제 글의 색다른 냄새를 감지해요" [인터뷰] 첫 수필집 펴낸 인터넷 작가 김영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정근(ensagas) 기자   
▲ '다음 칼럼'에서 '보랏빛 여인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집필하다 이번에 책을 출간한 작가 김영순
ⓒ2004 이정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1인 미디어 세상의 문이 열렸다. 종이 신문과 종이 잡지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미디어의 세계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관심과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음악과 그림을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고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글과 칼럼을 쓸 수 있는 마당이 인터넷에 마련돼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세상에 대형 포털사이트 '다음'의 '다음칼럼'에서 '인샬라-정원'이라는 흔치않은 필명으로 수많은 독자와 칼럼지기들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글이라는 찬사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칼럼니스트가 그 동안에 써온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놨다는 소식을 냄새로 확인했다.

인터넷에서 향기를 뿜는 사람과 그 냄새를 맡는 사람들

인터넷에서 냄새로 확인했다?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얘기일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신문의 행간에서 굴절된 정치를 읽을 수 있었고 TV 뉴스 앵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사이에서 왜곡된 민주주의를 읽어왔듯, 홍수처럼 쏟아지는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현란한 시각에 밀려 퇴화된 후각의 진면목을 되찾는 작업일 것이다.

▲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판과 마우스의 만남. 작가 김영순 그녀는 상고 출신이기에 주산 3단이란다
ⓒ2004 이정근
"다음칼럼에 '보랏빛 여인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쓰고 계시는 인샬라-정원이시죠? 우선 책 출간을 축하하고요. 방문 취재를 하고 싶은데…. 오후 3시쯤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지난 28일 인터뷰 요청이 아니라 방문하겠다는 일방적인 통고에 가까운 전화를 받는 가냘픈 여인의 목소리가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어디시라고요? 오마이뉴스라고요? 역시 오마이뉴스가 제일 빠르군요."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는 요청을 야멸차게 떨쳐버리고 산본행 지하철을 탔다. '인샬라-정원'의 글을 한두 편 읽어본 터라 전업 작가가 아닌 한 사람의 주부로서 주방에서 밥짓고 설거지하며 컴퓨터에서 글쓰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하는 모습
ⓒ2004 이정근
작가 김영순씨가 전화로 안내해준 금정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그녀가 안내해 준 을지아파트 단지 입구에 다다르니 입구에 한 여인이 서 있다. 직감적으로 그녀임을 느끼는 순간 그 여인이 택시 쪽으로 달려와 요금을 지불하려 한다. 하지만 기본요금에 불과한 요금은 내가 이미 지불한 뒤였다.

"이렇게 뵙기 위하여 44년간을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녀의 집을 향하여 단 둘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내뱉는 그녀의 첫 마디가 당돌하기 그지없다. 첫 눈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당찬 여인 바로 그것이다.

시원한 주스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1960년 5월 인천에서 태어난 그녀는 인천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 들어가 11년간 근무하면서 현재의 남편을 사내 커플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으며 슬하에 고 1 사내 아이 하나를 두고 있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밝힌다.

전생에 날개가 있었던 사람이었는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에 겨드랑이가 가려운 고통을 겪었다고 자신의 작품 한 편을 소개한다.

▲ '꿈은 이루어진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 김영순
ⓒ2004 이정근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우울한 날이 있게 마련이다. 기분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울적한 기분에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한 날도 많다. 이럴 때의 감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더욱 울적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새로운 용기가 샘물처럼 솟아나기도 한다.

우울증 이게 참 무서운 병이다. 부족한 거나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장국영을 죽음으로 몰아 갈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큰 병이라 여기지 않은 것 같다.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크거나 작거나 이러한 우울증을 한 번쯤 겪게 되는 것 같다.

나도 한때는 이러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날이 있다. 딱 부러지게 드러나는 동기나 이유도 없이 무심히 그런 우울증이 찾아왔다. 아무 것도 하기 싫어 그냥 누워 있으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을 감추느라 쓰라린 눈가에 로션과 크림을 발라대곤 했다. 까닭 모르게 온몸이 몸살 난 것처럼 으스스하게 춥고 나른한 기분으로 몸이 한없이 가라앉으면서 어딘 가로 떨어지는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 '어떤 우울한 날' 중에서(<마흔, 그 보랏빛 향기> 160쪽)


불혹의 나이 40이라던가? 미혹의 나이 40이라던가? 여자 나이 40 무렵부터 찾아오는 갱년기와 함께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하여 하얀 밤을 지새우며 씨름한 결과 소녀 시절부터 간직해온 글쓰기가 그 처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글쓰기에 매달렸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드라마 부분을 공부하고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사회교육원에서 글쓰기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연마하여 포탈사이트 다음칼럼에 '보랏빛 여인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둥지를 틀고 수많은 독자와 만나고 있다 한다.

- 삭막하고 건조한 인터넷 세상에서 보랏빛 향기를 뿜고 계시던데 인터넷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터넷은 참 정직해요. 수많은 정보가 올라오고 사라지는 인터넷 세상에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와 같은 내용이 있는가 하면 따뜻하고 유익한 것들도 있어요. 우리가 성인물이나 스팸메일을 발견하면 지나쳐 버리거나 삭제해 버리고 가슴에 새겨두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크랩하고 프린트하듯이 말입니다. 네티즌들이 현명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 인샬라-정원님의 글이 다음칼럼에서 왜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누구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다른 색깔로 얘기하니까 다른 맛이 나고 다른 냄새가 나는가 봐요. 네티즌들이 영리하기에 그러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훌륭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냄새에 대한 자기 생각이 당돌하고 발칙하며 확신에 차 있다. 입을 가리고 빙그레 웃는 모습이 수줍어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하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포근하고 따뜻한 것 같다.

▲ 아파트 숲속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까?
ⓒ2004 이정근

웰빙이 무어냐고 묻는, 웰빙하게 사는 여자

- 요즈음 웰빙 열풍이 불고 있는데 웰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웰빙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녕, 아니 더 우아하게 표현하면 강녕(康寧)쯤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웰빙 음식 먹고 웰빙 운동하면 웰빙해질 수 있나요? 저는 평안(平安)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에 중심을 잡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며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웰빙이라고 생각해요."

- 소설가 김호운님이 운영하는 출판사 '책읽는사람들'에 확인해보니 책을 처음 출판한 신인치고는 예감이 범상치 않은 반응이라고 밝히던데 이 책이 대박이라도 터지면 그 인세 수입은 어디에 쓰실 거예요?
"대박이라니요. 당치도 않는 말씀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돼지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게 꿈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으면 월드컵 때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듯이 저의 꿈도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저처럼 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부를 못한 문학 지망생들을 위하여 보람 있게 쓸려고 합니다."

평소에 소설가 박완서님을 존경한다는 그녀는 비록 40대 중반에 처음으로 수필집을 내놨지만 이제 시작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소설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그녀가 책 후반부에 '두리야 놀자'라는 소제목으로 열 일곱 꼭지의 글을 써놨는데 강아지 '두리'를 화자로 내세워 일인칭으로 써 내려간 품새가 예사롭지 않다.

▲ 글에도 등장하는 애견 '두리'와 함께
ⓒ2004 이정근
...뭐니뭐니해도 나의 지상 최대의 관심사는 먹는 것이다. 그래서 자나깨나 부스러기 하나라도 더 얻어먹기 위하여 연구한다. 가만히 등대고 누워 있으면 먹을 게 들어오지 않는다. 먹고 살려면 어떻게든 남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뭐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은 먹고 살기 위하여 뼈빠지게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 집에 들어 온 지 두 달째가 지나고 있다. 가족들은 별명을 많이 지어주었다. 그 중에서 매일 되풀이하여 들어야 하는 말이 "두리야, 넌 전생에 못 먹는 귀신이 붙었니?"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도 엄마는 인터넷에 '먹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만큼 난 먹성이 왕성하여 먹이만 보면 환장을 한다.(중략)

아고고 엄마는 못 말려. 뭐 배 부르자고만 음식을 먹나? 음식을 먹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친밀감도 생기고 맛도 즐기고 그러는 거지.(중략)

▲ 작가 김영순의 첫번째 수필집 '마흔,그 보랏빛 향기'
ⓒ2004 책읽는사람들
아마 매일 컴퓨터만 붙들고 앉아 있으려고 그럴 거다. 내가 가만 두나봐~랏 물고 뜯고 그래도 안되면 컴퓨터 앞에다 똥으로 개박살(?)을 낼 거다. 끼득끼득, 헷헷헷, 아이고 내가 갠데 개 목숨이 몇 개야? 이렇게 헛소리 하다가 내 목숨 부지 못하지….

지상 최대의 관심사 (<마흔, 그 보랏빛 향기> 275쪽)


- 오늘 좋은 시간 유익했습니다.
"다시 뵈올 시간을 비워놓고 기다릴게요. 아참, 가시는 길에도 전철 타고 가실 거지요? 가시는 도중에 무료하시면 57쪽을 보시면서 가세요."

그녀가 건네준 <마흔, 그 보랏빛 향기>(책읽는사람들)라는 제목이 선명한 책을 받아들고 그녀의 아파트를 나서 청량리행 전철을 기다리느라고 금정역에 서 있으니 부산에서 출발한 새마을호 열차가 서서히 서행하는 전철 사이를 비집고 쏜살같이 지나간다. 빠름과 느림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마흔, 그 보랏빛 향기>를 출간한 작가 김영순님은 다음칼럼(ncolumn.daum.net/jwkpink40)에서 '보랏빛 여인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2004/08/31 오후 2:19 ⓒ 2004 OhmyNews (참고로 인터넷 검색- 오마이 뉴스를 치시고 검색-맨 윗칸의 책동네 클릭- 오른쪽 통합검색란에 김영순 치시고
검색하면 기사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화 해주신 이정근 기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기사 제일 하단에 보이는 서적 주문하기를 누르면 곧장 책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마흔, 그 보랏빛 향기
김영순 (지은이) / 책읽는사람들
정가 9,000판매가 8,100 원 (알라딘 마일리지 24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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