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직장에 대한 포기와 갈등 사이에서

안젤라-정원 2012. 2. 22. 22:55

*** 직장에 대한 포기와 갈등 사이에서 ***

 

20대 초반이 되기도 전,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던 나는 학교 졸업 전 취업을 했다.

그때가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었으니 열아홉살 학생 신분에 사회에선

초년생이지만, 직장에선 교복을 입은 채로 근무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사회생활이 무척 고달팠을 텐데도 그래도

선후배의 따뜻한 정과 직장의 배려 깊은 분위기에 재미와 안정을 느꼈던

듯싶다.

 

당시만 해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는데, 월말이나 연말, 또는 공과금

마감일 같은 경우엔 총알택시를 타고 퇴근을 하는 일이 빈번하던 시절이었다.

맡은 업무 또한 제일 늦게 끝나는 곳이라서 늦은 퇴근으로 인해 직장생활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 마다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 또한 자주 느꼈는데도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볼까? 라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한 대우를 받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에도 직장생활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다른 직장과는 달리 다소 늦은 출근과 조기 퇴근으로 인해 선망이 되고 있는 곳이었지만,

실제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실적을 올리기 위한 홍보 전략 등으로 새벽에 출근해서

길거리 전단지홍보와 연수 등으로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요즘에야 주 5일제 근무로 휴일이 늘어나고, 전산화 시스템이 잘 운영이

되고 있어 업무도 줄고, 오히려 근무요건들이 많이 좋아지고 있어

' 신이 내린 직장' 이라 하여 입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고 한다.

내가 다녔던 전 직장만큼 괜찮은 곳을 찾기란 이젠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래도 이 직장을 결근없이 만 11년을 다녔는데...

 

이번 겨울 내내 심한 독감으로 고생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마다 1월에서 3월 사이에 걸리는 감기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번만큼

지독한 감기는 처음인 듯, 싶다.얼마나 앓았는지 목이 쉰지가 보름이 되었고,

기침, 가래로 인해 병원을 찾고 주사를 맞지만, 낫지 않아 어제는 혈관주사까지

병행해서 간신히 견뎌내고 있다.  38.3도의 고열에다 토하기까지 하여 결국은

하루 결근까지 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 직장을 그만 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날이 새서

눈을 뜨면 다시금 ' 조금만 참아보자' 라는 스스로의 다짐에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이렇게 몸이 아파도 직장을 나가야 하는 내 신세가 고달프고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직장을 포기한다면 다시금 절망에 휩싸일

터이고, 새로운 직장을 잡기 위해 이력서를 챙겨들고 사진을 붙여 이곳저곳

을 헤매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에 내 신상이 담긴 이력서를 들고 면접을 보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일이 참 구차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다.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도 아니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열심히 일해서 내가 일한 만큼의 댓가를 지불해주는

곳이기에 감사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몸이 아프다보니 별별 생각과 갈등으로 하루에도 지옥을 열두번은 갔다

오곤 한다. 남편 말대로 이 일이 아니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될 텐데...

하면서도... 실제론 쉽지 않은 것이 <살. 아. 가. 는 .일! > 인지라...

오늘도 나는 ' 포기와 갈등' 사이에서 나를 수없이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겨우 새 직장을 잡은 지 석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견디나?

(2012. 2. 22 수요일밤 10시 30)

 

(아들이 외국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이라는데... 감기가 걸려 통 입맛이 없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을 정도인데... 만약에 저 음식이 앞에 있다면  달라졌을려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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