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시어머님

안젤라-정원 2015. 4. 1. 07:01

 

 

 

"얘야. 너 쉬는 날 만나서 같이 점심 먹자"

일하는 며느리가 힘들까봐 공짜 전철이라

돈이 들지 않는다며 내가 사는 전철역까지 먼길을 달려 오신 시어머님.

 

손에는 잘 익은 먹음직한 김장김치와

대파무침을 담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오셨다. 무릎관절이 좋지않은 시어머님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매우 힘들어하신다.

전철역까지 오는 길에도

몇몇 젊은이의 도움을 받으셨나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탓에 역근처 음식점에서

주꾸미부대찌개를 먹고 일찍 헤어졌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구식 아파트 5층 계단을

오르 내려야만 아들집에 갈 수 있는데...

 

시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지 4개월째.

인천에 홀로 계신 시어머님과 혼자 되신지

40년째 인 친정엄마.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두 분을 찾아 뵙는 일은 매우 드물다.

뒤돌아서서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늘 연민의 안타까움이 눈시울을 적신다.

 

언제쯤이나 넉넉한 여유로움을 나누게

될런지... (2015. 3. 31 )

 

* 집앞 공원에 목련나무 가지 사이로 꽃망울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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