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성의없는 사람들

안젤라-정원 2005. 8. 14. 13:17

-성의없는 사람들-


주로 돈과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에 만 11년을

근무했던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성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게 된다.


은행원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하며 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한 직업에 종사하다보니 모든 사람과 사물을

대할 때마다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처럼 행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주 지극한 정성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모든 일에

있어 성의를 보이고, 정성을 기울이는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은 특별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예전에 그런 직업에 종사하였다고 하여 나에 대한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타인들도 나처럼 그렇게 똑같이 행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다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 식당이나 병원, 금융기관, 관공서 등을

이용할 경우가 있을 때, 나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와 태도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언행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며칠 째, 유난히 폭염으로 기승을 부리는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와 등줄기로 땀들이 범벅이 되어

얼굴과 옷 등에 흥건히 젖는다. 더운 날씨 탓인지 입맛도 없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가는 한여름.


길을 걷다보면 차량들이 뿜어내는 더운 기운들이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와 가세되어 더위를 한층 부채질하고 있다.

거기다가 여기저기 상가의 뒤꽁무니에 매달린 에어컨에서 내뿜는

더운 바람들이 ‘퍽 퍽퍽’ 울려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모두 몸살을 앓듯 더위로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찜질방이 따로 없고, 한증막이 따로 없는 듯 하다.

이런 날씨에 어디 급히 일을 볼 경우가 생기거나

외출이라도 하려면 어떻게 다녀와야 될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삐었다.

다친 즉시 응급치료하고 병원에 가봤으면 좋았을 것을...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 하나는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

급히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자기 깐엔 친구일이 걱정되어

자신의 다리 아픈 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병문안을 갔다가

한밤중에야 집에 들어왔다. 아이는 자신의 다리를 다쳤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아침에서야 벌겋게 부어오른

퉁퉁 부은 다리를 보고는 할 수없이 학교를 데려다 주고는

방학식을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게 되었다.


병원 문을 들어서자 앉아서 문 쪽을 바라보던 간호사가 퉁명한

목소리로 “ 어떻게 오셨어요?” 한다. 의료보험증을 제출하고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다가 호명하자 의사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반 깁스이긴 하지만 2주간 석고와 붕대에 감싼 채,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서 생활해야 했다. 아이의 상황이 그러한지라 아이의 치다꺼리

또한 이 더운 여름에 장난이 아니었다.

(나 또한 공교롭게도 예전에 다친 다리가 말썽을 부려 아이와 같이

병원의 물리치료를 다니는 불상사가 생겼다.)


깁스를 한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을 가자면 택시를 타야했다.

병원에서야 그런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겠지만,

아픈 다리로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깁스가 잘 됐는지 그것 때문에 병원에 오라고 했다.

의사는 한번 흩어보고는 ‘괜찮으냐?’ 는 간단한 질문을 넣고는

간호사는 붕대를 다시 감아주고는 처치료와 진료비를 추가로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무덤덤한 태도와 의례히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행동을 보여 주었다. 그들의 성의 없는 태도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 더위에 저들도 지치겠지’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2주 후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깁스를 풀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레이저 치료만을 했다고 해서 궁금증에 질문을 넣었다.

물리치료실에 있는 간호사는 투덜거리며

“ 정 궁금하면 의사선생님께 물어보라” 며 불친절하게 대답한다.

의사선생님 또한 자신의 병원은 레이저 치료밖에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궁금해 하는 사항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다음날은 토요일인지라 물리치료부터 받고나서 의사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진료가 끝나자 보름 후에 병원에 전화를 해보고

나서 오라고 한다. 원래는 병원의 휴가가 3일이었으나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보름 후에나 문을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많이 쉬나요?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하지요?” 물었더니

그것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30년간 일했는데, 그 정도 쉬는 것이

뭐가 많이 쉬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문 앞에 써진 휴가 일정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환자의 불편함은 생각하지 않는 병원의 태도에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우리는 이제 웬만하면 그 병원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야 병원들의 대부분이 거의 다 불친절했지만, 요즘의

개인병원의 서비스는 그나마 매우 향상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용했던 정형외과의 의사와 간호사는 정말 성의가 없었다.

아마도 그 병원은 오래지 않아 문을 닫을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런 식의 응대는 오랫동안 떨떠름한 기분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 성의(誠意)란? 정성스러운 마음, 참된 마음을 일컫는다. >


예전의 어른들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지극정성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면 모든 일을 젖히고,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성의를 다해서 간호했다.

그렇게 지극정성을 기울여서인지 환자는 하루속히 회복되고자

애썼고,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요즘에야 그런 일이 드물겠지만, 아직도 그런 뉴스거리는

미담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실례로 누구나 다 아는 가수 강원래와

부인 김송씨의 장애인 극복기는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얼마 전, 방송에서 휠체어를 타고, 훌륭한 춤 솜씨와 노래를 선보인

클론의 콘서트를 보고는 적지 않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진정한 친구와 부인의 지극정성이 불러일으킨 감동의 무대였던 것이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사람에게 성의를 다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병원에서의 일뿐이겠는가?

사람들이 수시로 붐비는 식당이나 상가의 점포가 잘되는 곳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한적한 식당 또한 찾지 않는 이유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나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병원이나

은행, 관공서, 공공기관 등에서 고객을 대하는 사람들은

직업상 의례히 대하는 습관적인 태도를 멀리하고, 성의를 다해서

응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아직까지도 병원이라 하면 문턱도 높고, 불친절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불쾌감이 하루속히 사라졌으면 한다.

상냥하고 친절하고, 매사에 성의 있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자신이 하는 일이 힘들고 괴롭다하여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성의 있는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다.

누구나 다 성의 없이 남을 대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늘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변함없고, 성의껏 남을 대하는

사람이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2005. 8. 14. 일)


(글쓴이: 인샬라-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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