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살다 보니 이런 고마운 일도 있어~~

안젤라-정원 2005. 11. 26. 00:33
 

- 살다보니 이런 고마운 일도 있어~ -


인터넷에 글을 써오기 시작한지 벌써 햇수로 5년째로 접어 들었나보다.

블로그 이전의 칼럼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음 사이트에서의 글쓰기는

숱한 갈등과 번민을 반복해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접었다 펼쳤다 하는

감정의 심한 기폭을 일으킨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죽 이어져 온 것이 어떨 땐 나 스스로도 놀라워 할 때가 있다.


처음엔 넋두리로 시작된 글쓰기가 점점 많은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어

독자 분들도 많이 늘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거의 매일을 내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블로거 분들도 증가했다. 좋은 의견들을 나눠주시며

안부와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고, 새 글이 오래도록 블로그에 올려져

있지 않으면 소식을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글을 올리다보니 사생활 노출은 물론,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

또한 갖게 될 경우도 생긴다. 나름대로의 곤란한 사정이 생겨

어디론가 잠적해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블로거 분들과 독자 분들이 남겨주신 고마운 안부 인사,

댓 글 등을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블로그에서의 글쓰기는

낯선 분들과도 정신적 교감을 갖게 하고,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힘을

얻게 하고, 용기를 갖게 하며 삶의 의미를 절실히 느끼게도 한다.

어쩌면 내가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세상을 살다보니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받게 되는 선물은 ‘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독자 분 중엔 격월 또는 매월 책과 잡지를 보내주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자신의 저서에 손수 사인을 해서 보내주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인편을 통해 외국에서 초콜릿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고, 편지나 카드 속에

달러를 보내오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고 보니 손수 연주한 음악을 담은

Tape에 달력, 탈취제, 항균제, 영화 시사회 티켓, 책, 등산화를 비롯해서

건강을 염려한 비타민제까지 챙겨 보내주신 분의 선물까지 받은 기억이 난다.


오늘은 택배로 멀리 지방에서 단감 한 상자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매우 크고 튼실하게 생긴 주홍색 단감들이 환한 빛깔로

마주하고 있었다. 어찌나 달고 맛나게 생겼던지...

살면서 이렇게 크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단감은 처음 접한 듯 하다.

단감 하나를 깎아서 먹어보니 정말로 달큼하고 맛이 있었다.

단감이 많이 나는 고장에서 가장 좋은 것들만 선별해서 보냈다고 하더니

이런 귀한 선물을 염치불구하고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 전혀 낯모르는 분이 블로그 게시판에 비공개로 글을 남겨주셨다.

블로그에 올린 재취업 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또순이처럼

살아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글과 함께 건강 유지하시라며

단감 한 상자를 보내주고 싶다고 하셨다.


별스럽지도 않은 일상적인 글에 불과한 넋두리 글을 봐 주고, 시간을 내어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이렇게 좋은 선물을

정성껏 선별해서 택배로까지 보내주신 정성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식구가 적은 우리 집 같은 경우 그분이 보내주신 단감은 몇 날 며칠을

먹어도 없어지지 않을 만큼의 풍부한 양이다. 마침, 내일은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는 날이기에 시댁식구들과도 넉넉히 나눠먹으려고 한다.


단감을 보내주신 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아울러 이전에

선물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도 뒤늦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05. 11. 25. 밤)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 필명, 실명-김영순)


추신: 참고로 비공개로 남겨주신 분의 글입니다.


* 다른 분 블로그에서 님의 댓 글 읽은 적도 있고요,

정원님 블로그에서 글을 읽은 적도 있지만 , 오늘처럼 긴 시간

재취업 일기16편까지 읽어가면서 보랏빛 향기 아닌 똑순이처럼 억세게

헤쳐 나가는 정원님의 글속에 눈물 강이 흐릅니다.


저 역시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회사사정으로 퇴직하게 되었고요

한동안 방황의 늪에서 해맨 적도 있어요.

1년간 투자해서 기술사 자격증을 획득하여 지금은 작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항상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에 지쳐갈 때는 지난 힘들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이겨 나가고 있습니다.

정원님이 역경을 이겨나가시면 희망과 보랏빛향기가 그윽할 것입니다.


여기는 단감이 유명한 산지이고 정원님 건강 유지하시라고

단감 한 상자 보내드리겠습니다.

부담 없이 받으시고 주소 블로그에 비공개로 남기시면 택배로 부쳐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