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있을 때 잘 해!

안젤라-정원 2006. 5. 2. 15:00

 

 

- 있을 때 잘 해!'


강아지 두리를 떠나보낸 지 일주일이 흘렀다.

정확히 우리 집에 온지 3년 6개월 만에 애견 센터에 미용하러 갔다가

애견 센터 주인의 실수로 인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있을 땐 잘 몰랐는데, 강아지가 없고 보니 집안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 됐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아이는 성격이 매우 차분하고, 말이 없는 편이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랑, 발랄함

같은 것은 구경할 수가 없다.


이번 일로 인해 식구들 모두 웃음을 잃었고, 다 함께 우울감에 빠졌다.

곳곳에 배여 있는 강아지의 흔적과 영상이 불쑥불쑥 떠올라

미칠 것만 같은 날들이 흘러갔다.

' 그깟 강아지가 뭐라고...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몹시도

흔들어 놓는단 말인지...'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왔다갔다, 잠시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갈팡질팡 한 채, 일주일이란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야만 했다.


미용 센터에 직접 강아지를 데려다주지 못한 자책감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괴로웠고, 식구들 中 강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탓인지 더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아이는 아이대로 먹을 것도 잘 안주고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했다고

울먹이며 마음 아파했다. 생명이 끝나고 보니 잘해주고 싶어도 잘 해

줄 수 없는 지금의 시간이 그래서 무엇보다도 안타깝고 너무 슬프다.


남편은 강아지를 유난히 예뻐하고, 정을 많이 주었기에 정을 떼는

일이 무척 힘들다 한다. 먹을 걸 자주 주고, 장난도 잘 치고, 친구처럼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했던 강아지를 잃고 나니 의욕도 사라지고,

식사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밥을 먹을 때마다 먹고 남은

고기나 생선, 과일 등을 늘 챙겨주던 생각이 자꾸만 나서 그런

음식들을 쳐다보기가 곤혹스럽다고 했다.


집에 있던 강아지가 없고 보니 시간의 흐름이 그렇게 더딜 수가 없다.

강아지 있을 때는 하루에 보통 6-7 번의 오물을 치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먹이를 챙겨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을 시켜줘야 하며

털을 빗어주고, 귀청소를 해주고, 눈 밑에 끼는 눈곱 같은 것이

끼지 않도록 물수건으로 잘 닦아주고, 특히나 항문 청결에 신경을 쓰느라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강아지가 자신의 몸을 흔들 때마다 날리는 털로 인해 집안 청소 또한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다 오물 한번 싸고 나면 발바닥에 묻는

오줌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고, 그로 인해 집 안에 풍기는 냄새

또한 코를 진동하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도 자주 해야 했다.

아무리 청소를 깨끗이 해도 집안 곳곳에 배인 강아지 특유의

독특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페브리즈를 비롯한 녹차, 락스 등을

자주 사용하는 둥, 여러모로 청결에 신경을 써야 했다.

사실 이런 것 저런 것 등을 따지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으며 모든 걸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떠안을 수 있었던 것은 강아지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것이 한층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댓가를 바라지 않은 사랑과 정을 남기고 간, 두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간, 두리.

가까이 있을 땐 잘 몰랐던 가족간의 유대감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간, 두리. 떠난 뒤에 비로소 두리가 남긴 커다란 자리를

알게 된 것이었다. 사람 이상의 정이 무섭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찮은 생명일지라도 강아지에게 이런 깊은 정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강아지에게 어떤 댓가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사랑해주고, 예뻐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내가 이만큼 베풀면 그만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조금씩은

갖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이

사람들 간의 사랑이라면 애완동물에게는 그런 논리가 통하지 않기에

사람보다 더 한 정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오로지 순수하게

사랑만을 베푸는 참 기쁨을 알게 해줬다고나 할까?


나의 인생에서 아버지를 잃었고, 동생을 잃은 경험으로 미루어

강아지를 잃었다는 사실은 가족을 잃은 그 어떤 슬픔보다도 컸다.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늘 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해서였을까?

여기저기 발 닿는 곳마다 강아지의 영상이 눈에 새록새록 밟힌다.


천사처럼 똘망 똘망 하던 선한 눈동자가 그립고, 희고 부드럽던

털을 사랑스럽게 만질 수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식구들을 귀찮게 하지 않고, 눈치껏 알아서 얌전히 행동하던

정말 순했던 두리야! 우리 집에 귀엽고 마음 착한 천사가 잠시 머물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던 진정한 사랑과 정, 행복 등의 깨우침을

알려주려고 그렇게 일찍 서둘러 떠나 버렸나 보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래처럼,

‘그래. 앞으론 우리 가족을 비롯해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도 잘하도록 노력할게.’


두리야! 고맙다. 정말 고맙고...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우리 가족에게 그동안 기쁨과 위안과 행복을 줘서 정말 고마웠어.

살아생전에 못다 한 것들. 다시 네게 쏟아 부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너로 인해 그간의 슬픔도 많이 잊을 수 있었는데...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보고 싶다.

두리야! 사랑해! 잘 가! 안녕!  (2006. 5. 2. 화)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 필명, 실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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