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안젤라-정원 2006. 5. 15. 09:11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을 비롯해 5월 21일엔

부부의 날까지 겹쳐있다. 거기다가 석가탄신일, 성년의 날,

스승의 날까지 겸해있으니 제대로 된 행사를 챙기려면

공연히 바쁘기도 할 테고, 적잖이 부담이 되기도 할 것이다.


5월엔 학교 행사도 많다. 소풍을 비롯해서 체육대회까지

열린다고 하니 몸과 마음이 피곤한 달이기도 한 것 같다.

5월 들어 날씨 또한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되다 보니

집안에만 머물러 있기엔 참으로 아쉬운 달이다.

올해부터는 토요일에 두 번 쉬는 (일명: 놀토) 학교 방침에 따라

각 가정에서는 심적, 경제적 부담이 늘었다고도 한다.


고 3 수험생이 있는 집이다보니 놀토는 학교장 방침에 따라

한번으로 정해졌고, 나머지 토요일엔 5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각은 저녁 무렵이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각에 맞춰 저녁을 지어먹고는 나머지 시간에도

가족끼리 제대로 된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니 각자 따로 따로 그렇게 무심코 지낸 세월이 꽤

오래 된 듯싶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강아지를 키우고서부터

가족간의 정이 많이 소원해진 듯도 싶다. 식구들끼리의 애틋함보다는

그간 강아지에게로 많은 정이 쏠렸던 것 같다. 집에서 살뜰한 정을 받고,

사랑을 듬뿍 받은 강아지 두리가 그렇게 어이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가정은 가족에 대한 서로의

귀한 자리임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남편은 오로지 자신의 일과 친구들과의 모임에만 중점을 두었고

집안일은 거의 무관심했다. 어쩌다 관심을 갖는 날은 공연히

짜증을 부렸고 이어지는 잔소리와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트집을

잡는 일로 아내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몽땅 쏟아 부었고,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 속상해했다. 아이는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의 교류만을 중요시했고, 가족간의 행사나

일들에 대해선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는 수시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과 제대로 된 나들이를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가 됐으니 그간 어떻게 이러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각에 맞춰 일찍 저녁을 해 먹고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낮에 주말 농장에서 뜯어 온 상추와 쑥갓을

씻어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아내를 도와 남편이 손수 삼겹살을 구웠다.

(이전엔 남편의 이런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주말농장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낮에 남편과 인근의 산을 다녀온 터라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즐거웠다.

나뭇가지들이 무성히 잎을 늘어뜨릴 만큼 어느덧 계절은

5월의 막바지를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인지라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부는 바람이

조금은 쌀쌀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곳곳에 주말농장에 심어놓은 고추, 감자, 아욱, 쑥갓, 얼갈이배추,

고구마, 상추, 토마토, 케일 등의 야채들이 심어진 무성한 밭을 지나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우리가 가꾸는 주말 농장에 들어섰다.

며칠 못 본 사이 부쩍 자란 잎들이 참으로 신기했다.

몇 번을 솎아내도 아직도 빼곡히 들어선 열무가 신기했고,

아욱 또한 다음 주면 뜯어다 된장국을 끓일 수 있을 만큼

잎들이 푸르고 널찍하게 올라와 있다. 어린 상추 잎을 뜯어다

샐러드와 야채 소스에 찍어 먹은 지도 여러 날 됐고,

모종을 심은 상추는 쑥쑥 자라 오늘 저녁 고기에 싸먹기도 했다.

감자 싹에서 나온 잎들 또한 진한 녹색을 띠고 잘 자라고 있었다.


아이는 차근히 둘러보더니 고개를 가만히 끄덕인다.

요즘 고민이 많은지 좋다 그르다 별다른 말이 없다.

인근에 있는 두리가 묻힌 장소를 보여주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아쉬운지 남편이 막걸리 한 잔을 더하고 가자고 한다.

저녁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먹고 나온지라 막걸리는

한 병만을 주문하고, 해물파전을 시켰다.

아이에게도 한 사발 따라주고는 남편이 하는 말

“ 오늘은 이거 마시고, 집에 가서 일찍 닦고 자거라.”

이제는 머리가 컸다고 아이에게 어른 대접을 해주려는 남편이 고마웠다.

내년쯤엔 아빠와 함께 소주도 마시러 가는 시간을 갖자고 하니

아이의 기분이 좀 나아진 듯싶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인지 반팔 티를 입고 나온 아이의 팔뚝에서

추위로 소름이 돋자 얼른 잠바를 벗어서 아이에게 주는 남편.

아이에게도 남편의 잠바가 제 옷 인양 잘 맞는다. 아빠보다 키가

훌쩍 큰 아이는 몸집은 말랐으나 이제는 성인이 다 된 모습이다.

' 언제 저렇게 자랐을까? 늘 어린 아이 같기만 했는데...'

코밑에 연한 색깔의 수염이 듬성듬성 자란 것이 보인다.


그동안 아이 입장에서 헤아려보기 보다는 부모 입장에서

바라본 미흡한 점만이 눈에 자주 띄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믿어봐야 되겠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모든 분들이 가족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2006. 5. 15. 월)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 주말농장에서 야채를 가꿔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농약을 주지 않아서인지 상추, 쑥갓, 아욱, 열무, 시금치 등의

잎이 연하고 부드럽고, 사먹는 것보다 맛도 훨씬 좋더군요.

올해는 무공해 자연식품들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쁩니다. 운동 삼아 다닐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을 가꾸는 일은 가족간의 화목과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많이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