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집-
한때 나는 다양한 수집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수집을 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엽서에서부터
열쇠고리, 성냥갑은 기본으로 모으고 있었고, 화장품 샘플, 수첩, 저금통,
기념주화, 볼펜, 외국 동전, 외국화폐, 미니카, 각종 작은 인형 등을 수집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위의 아는 사람을 나눠주기를 비롯해서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갔고, 이사를 다니면서 버려진 것들이 많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물품 하나하나에 집착을 보였는지...
앙증맞은 소품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강한 애착을 지녔던지...
어떡하든 내 소유로 만들고 싶어 하던 심정은 아니었던지...
버려지고 없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도 많지만,
아직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수집품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
우뚝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면서...
인간은 누구나 뭔가를 내 것으로 갖고 싶어 한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을 들라면 아마도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나 만의 것이라면...
그래서 어린왕자는 ‘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가장 힘든 거란다.’
라고 했던가? 사람과의 거리가 가장 멀고도 가깝다고 하던가?
뭔가에 미칠 수 있고, 열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된 일이다.
권력, 학문, 종교, 물질에 미치는 건 어느 정도의 선에서
자제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미치면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자칫 잘못 된 만남일 경우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잃고,
영혼까지 갉아먹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자신의 의지나 뜻대로
절제하기가 가장 힘이 드는 것이 그렇게 사람에게 빠졌을 때라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
마음먹는다고 사람이 억지로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사랑 또한 갖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가져지지는 않는다.
사랑하면 나만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인 듯 하다.
그러나 수집품과 달리 사람을 소유하는 일이란
어쩌면 또 다른 번민을 낳게 하는 부산물이란 사실을...
* 이 황홀한 꿈의 주인은
상아 뽀오얀 송곳니에
내 이름자를 새겼으면...
그대에게 바치는
절명가(絶命歌)를 새겼으면...
내 청춘의 전 재산
내 노래의 주인인
그대의
소유권자(所有權者)라
인감도장
떠억 찍어
증명해 두었으면
장롱 깊이 깊이에
길이 보관했으면. (시: 유안진님)
* 무겁고도 짧아 소중한 길을 가며, 마음 다하여 사랑할만한 한 사람쯤
만나게 된다는 것은 더없이 큰 축복이리라. *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 수집 얘기하다가 사랑과 소유의 개념까지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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