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주택/ 아파트에서의 부주의 때문에-
평일 아침 시각.
어딘가에서 종이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집 주변을 둘러보고 혹여 ‘담뱃재가 타고 있나’ 확인도 해보고
각 방마다 방문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현관문을 열고 밖도 살펴보고, 베란다로 나가 커다란 창문을 열고는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보았다.
나 말고도 고개를 내미는 아래층 아줌마의 머리 한줌이 보였다.
“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지요?” “ 네. 큰일 났네. 어쩌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보지만 냄새가 나는 주거지를 확인 못했다.
안절부절 안정이 되지 않는다.
잠시 후, 요란한 현관 벨소리와 함께 아래층 아줌마가 급하게
말을 더듬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외친다.
베란다를 내려다보니 00 층에선가 자욱한 연기가 보인다는 것이다.
얼른 내려가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사람이 없는 것 같단다.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의 화재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거주하는 우리 집의 경우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실상에 처할 수도 있기에...
00 층은 70 대 할머님이 혼자 사신다. 바로 위층엔 맏며느리가 살고 있다.
맏며느리 집에 전화를 넣었지만 받지 않는다. 휴대폰 번호를 찾아
휴대폰으로도 전화를 해봤지만, 신호만 가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점점 타는 냄새가 짙게 깔리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남편은 뭐하냐고 난리다. “ 어서 119에 신고 하라.” 고...
다시 한번 전화를 넣어보다가 받지 않자 119에 신고를 했다.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한번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넣자
5분 만에 대형 소방차 3대와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나도 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연기가 나는 집의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계단 위로 쿵쿵대며 올라오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윗집, 또 다른 집의 문을 두드려도
다들 조용했다. 할 수 없이 우리 집의 베란다에서 밧줄을 내려 소방대원의
몸에 줄을 묶어 내려갔다.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레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겁이 났다. 밧줄이 잘 받쳐줘야 하는데...
소방대원이 연기가 났다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 시청 직원이 우리 집으로 전화를 했다.
'큰 화재이냐? 불은 어떻게 끄고 있는 거냐? 왜 불이 난 거냐? '
꼬치꼬치 묻는다. 세상에!
지금 이런 급한 상황에서 무엇을 확인하려 이런 전화를 하는 건지...
“ 방금 전, 도착해서 집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 중이예요. 급한데
이런 전화를 왜 하시는 거예요? 조금 후에 다시 하세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려니 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되면
시청으로도 연락이 간다고 한다. 상황보고를 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ㅠㅠ
(언제나 공무원은 이런 식인가? 쩝. ㅠㅠ)
집안으로 들어간 소방대원은 잠시 후, 휴우! 한숨을 내뱉고 다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밧줄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신고 있던 신발을 들고, 한쪽 발을 디디며 베란다로 가는 소방대원을
보니 우리 집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엿보였다. 젊은 남자였다.
이렇게 급한 상황에 무슨 신발을 벗고 그러는지...
‘거실이 좀 더러워지면 어떻다고...’
“ 그 집에서 연기 난 것이 맞나요?”
“ 네. 사람이 있던 걸요.”
“ 네? 세상에나! 문을 그렇게 쾅쾅 두드렸는데도 그럼 문을
안 열어주었던 말인가요? 우리는 얼마나 놀랐는데...
사람이 없는데, 무엇이 타고 있으면 금방 불이 나잖아요.”
“ 그러게요. 행주를 태웠다고 하더라고요. 타는 냄새가 나서
베란다 창문도 열어두고 있었던데...”
아파트 같이 공동 생활하는 곳에서는 서로 간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나 음식물을 가스 불에 올려놓고, 집을 비우는 일은 가장 위험하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 다녀올지라도 가스 불을 켜둔 채, 외출하는 일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웃간에 서로 단절한 채, 관심도 없이
방관하며 사는 일도 하면 안 된다. 한 집의 부주의가 자칫 여러 집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에... 재산상의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사고로
이어지고, 엄청난 피해가 예상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현관 벨을 누르면 나와서 얘기라도
전해주었으면 좋으련만... 한시가 바쁜 소방대원들이 대량 출동되는
소동이 벌어지는 일은 없으련만... 불이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다들 나 몰라라 하고, 그렇게 주변에 관심이 없는지...
정말 이웃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게 한다.
앞으론 가스 불에 무엇을 태우거나 할 때는 경비실이나 이웃에게
알리는 일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서로 놀라지 않을 테니까...
(2006. 6. 22. 목)
-
글쓴이: 인샬라-정원 (실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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