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에 얽힌 추억 한 토막-
하루가 다르게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강아지 앤디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필름을 사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필름을 넣기 위해 카메라를 작동시키니 움직여야 할 부분들이
요지부동한 채로 멈춰서있는 것이었다. 공연히 만졌다가 옴짝달짝
완전히 고장 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 남편에게 만져보라고 했더니
역시나 마찬가지로 꼼짝을 않는 것이 아닌가?
" 이걸 어쩌지? 왜 고장이 난거지? 어디서 고쳐야 하나? "
카메라가 오래되긴 했어도 그간 아무 이상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작동이 아주 쉬운데다, 가볍고, 소지하기에 아주 간편하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던 애장품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언젠가
궁평리 바닷가에 가서 실수로 카메라를 떨어뜨린 기억이 났다.
그 때문이었을까?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고쳐서 재사용할 궁리만 하고 있는 내게
남편은 설사 고친다 해도 수리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이젠 버려야 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새로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동안 사용했던 카메라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
카메라를 들고 이튿날 사진관에 가서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진관의 주인아주머니는 카메라 수리 센터 한 곳을 알려주면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둘러보라고 하셨다. 버스를 타고 나가야
되는 곳인지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밧데리를 교환해보면
어떨까 싶어 나는 밧데리를 갈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필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집에 와서 연신 앤디의 표정을 담느라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카메라가 다시 멈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엔 다른 사진관으로 찾아가 그간의 전후 사정을 말하고 이미 찍은
필름을 빼서 현상을 맡겼다. 다행히 몇 장의 사진을 건질 수는 있었지만,
햇빛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 제대로 된 사진은 얼마 없었다.
그곳 사진관도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의 카메라 수리 센터를 알려주었다.
내친 김에 오늘은 기어이 카메라를 고쳐보겠다고 나는 버스를 타고
안양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사진관에서 알려준 곳을 찾아 들어가니 담당자는 고객과 한동안
통화중 이었고 손님이 와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할 수없이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려 가져간 카메라를 꺼내어 놓으니 그녀는
만져보지도 않은 채, 자사 제품의 카메라만 수리한다며 단 한번에
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가 거주하는 사진관에서 소개를 받고
찾아 왔으며 이전엔 고장 난 카메라를 이곳에서 전액 수리해서 사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지만, 담당자는 막무가내로 고개를 젓기만 했다.
잠시 후, 수리 기사가 다가와 다른 고객의 제품에 접수를 받는 동안
나는 수리 기사에게 카메라를 보여주면서 한번만 봐주기만을 부탁했다.
그러나 수리 기사 또한 만져보지도 않고, 말로만
' 타사 제품은 부품이 없다.' 는 이유로 단호히 거절했다.
시간을 내서 이곳까지 찾아 온 것이 속상하고, 앞으로 카메라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은 가전제품을 비롯해서 컴퓨터, 휴대폰 등 모든 최첨단 제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시기인 만큼 성능 좋고 질 좋은 다양한
카메라가 시중에 널려있다는 사실만큼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사용해왔던 이 카메라가 어떤 카메라인가?
지난 십여년간 우리와 함께 했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맞이하며
남겨진 사진을 보며 추억했던 소중한 물품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시아버님이 당신이 구입해서 단 한번만을 사용하고는
맏며느리인 내게 선물로 손수 건네주신 카메라인지라 더 애착이
간다는 사실을 알는지... 그러고 보니 카메라에 얽힌 추억 한 토막이
내게도 간직되어 있다.
1965년도 경에 친정아버지는 월남(지금의 베트남)으로 건축일을 가셨다가
이듬해에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당시 아버지는 미군 병사의 도움으로
카메라와 축음기(전축), 보석, 비행기 모형 등의 아이들 장난감을
한 아름 구입해오셨다. 소지해 오신 카메라로 공항 대합실에서 멋진 신사복을
입으신 아버지를 카메라로 담은 사진을 코팅을 해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이후에 아버지와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인천 자유공원으로 놀러갔다.
이웃에 사는 이종사촌들과도 함께 했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 앞에서
갖은 폼을 잡아가며 아버지가 알려준 포즈대로 김~치! 치~즈!를 불러가며
사진을 찍었다. 팔각정에 올라가 아슬아슬한 난관에서 조르륵 줄을 맞춰
즐겁고 뿌듯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내내 희희낙락 까불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사준 아이스게끼를 입에 물고 다니며 우리는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록 그날 찍었던 사진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사진관에서 필름을 잘못 현상해서 망쳤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아버지의 그 귀한 카메라는 다시는 볼 수 없었다.
( 당시만 해도 카메라가 있는 집은 매우 드물었고, 아주 귀한 물건으로
취급되던 시기였다.) 외가댁의 친척분이 카메라를 빌려가서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친척 아저씨를 원망하며 상상으로 사진 속의
모습들을 추억하며 그 시절을 안타까워했다.
몇 년 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조차도 남아 있지 않아
가슴 한구석이 늘 쓸쓸하고 외로웠다. 지방을 전전하며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부족했던 아버지와의 제대로 된 추억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아버지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던 시기부터는 술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로 인해
사실, 좋은 기억보다는 가슴 아픈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기에 아쉽다.
그나마 딱 한 번의 아버지와의 나들이.
그 추억만을 아직도 되새기며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카메라를 떠올리면 언제나 친정아버지와의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스쳐간다. 아쉽고 허전했던 그날의 기억들.
‘그러나 저러나?’
고장 난 카메라를 반드시 고쳐서 재사용해야 될 텐데... 걱정이다.
114 안내 전화로 문의해보니 서울 명동 부근에 카메라 서비스 센터가
있다고는 하는데... 비록 수리비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지언정
그래도 이 카메라만큼은 고쳐서 다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워낙에 오래 된 카메라인지라 부속품이나 제대로 있을는지 모르겠다.
(2006. 9. 13. 수)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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