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0원 때문에~ -
거의 매일 아침 인근의 000 백화점 아울렛과 00 클럽
할인 매장에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보통 오전 9시경에서 10시 사이에 도착음이 울리면
휴대폰을 확인해본다. 확인즉시 삭제를 하는 편이다.
어떨 땐, 하루에 두세번씩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곳뿐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별로 내게 소득도 없는 곳에서)
쓸모없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면 " 이런 걸 왜 보냈어?" 라며
속으로만 투덜대다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자세히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삭제키를 누르기도 한다.
문자 메시지 내용은 000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를
홍보하면서 당일 얼마 이상을 구입할 시 증정 비닐 팩이나
시장가방을 준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날이면 날마다
울리는 문자 메시지가 반가울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엊그제는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00옥수수 식용유
900ml를 100원씩 선착순 한정 판매를 한다지 않는가?
식용유는 음식을 만드는데 늘 사용하는 것이고 많이 구입해도
큰 무리가 없는 물품이다. 게다가 시중가로 계산하자면
하나에 약 이천 오백원 선이니 얼마가 이득인가?
마침, 몸도 근질근질하고 찜질 사우나를 한지도 오래 되었다.
모처럼 백화점 지하에 있는 찜질방에서 실컷 찜질을 즐기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식용유를 세일한다는 할인 매장을
둘러보았다. 할인행사를 하는 식용유는 식품 매장의 중간 쯤
위치에 진열되어 있었다. 일인당 2개씩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인데도 무사히 내 차지까지 올 수
있었음에 안도했다.
아무리 할인행사라 할지라도 설마 100원짜리 식용유가 있을까
싶었다. 요행히 손에 넣고 보니 100원 짜리 식용유만 사가지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미끼 상품을 위한 상품 홍보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견물생심(見物生心)을 자극해 보다 많은
물건을 사가게끔 유도하는 작전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세일 상품만 달랑 사고, 다른 건 일절 쇼핑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핑계 낌에 묻어간다고
이참에 쇼핑을 나왔으니 이것저것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 둘씩 구입하다보면 시장바구니가 차고도 넘친다.
100원짜리 식용유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하나의 가격으로
같은 물건 1개를 덤으로 주는 물건도 있고, 20% 에서 30%
가격으로 세일하는 물건들도 여기저기에서 사가라는
소리들로 빗발친다. 그러다보니 당장 필요치 않은 물건도
구입하게 되고, 지출이 생각보다 커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식용유만 사러 나왔으니 되도록이면 다른 건
사지 말고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 안돼!'를 다짐하며
세일 상품 앞에서 독하게 마음먹고 그냥 스치며 지나갔다.
그런데 생선 코너에서 생 갈치 세 마리에 7,800 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식용유 값 200원만 계산하기는 양심상
마음에 걸리는 일이기도 해서 세일 갈치 한 묶음을 샀다.
물건 값을 치르는데 계산대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은 휴대폰을
보여 달라고 한다.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자
' 제가 삭제해도 되지요?' 라면서 계산원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삭제했다. (이중으로 사가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함이라 함.)
'휴. 하마터면 식용유를 사지도 못할 뻔했다. ㅠㅠ'
문자 메시지를 받는 즉시 불필요한 건 삭제해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횡재한 날이다.
이튿날 아침에도 문자 메시지가 도착되어 있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00크린 싹싹/ 주방용 세제 리필제품을
100원에 세일한다는 것이다. 시중가로 환산하면 이것 또한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모르는데...
먼젓번처럼 세일 상품만 사고 큰돈을 쓰고 오지 않으면 되니까
반가운 마음에 기분 좋게 또 길을 나섰다.
오늘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장사진을 이룬다.
열기가 팍팍 느껴진다. 00지구의 주부들이 전부다 이곳으로
쇼핑을 하러 온 것만 같다. 이전에 다니던 성당의 자매님도
인사를 건네며 지나가고, 같은 동의 반장아주머니도 스치며
지나간다. 100원짜리 세일 상품 앞으로 다가가니
주변에 모인 주부들의 얼굴이 모두 환하다.
일인당 한정 갯수인 2개를 집어 들고 쇼핑 카트를 밀며
천천히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했다.
오늘은 세일 상품들도 잔뜩 쌓여있고, 시식용 제품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군만두 하나를 사면 하나가 덤으로 딸려온다.
시식해보니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야채어묵도 마찬가지.
부침 두부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냉장고용 그릇 하나를
증정한다. 골드키위까지 반 가격으로 세일한다.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집은 없어서 못 먹는 과일인데다
키위를 날마다 한 개씩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하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법.
8개 포장으로 된 키위도 카트에 담는다.
올해는 장마가 긴데다 워낙에 더운 날씨 탓인지 배추 가격도
금값이다. 무 한 개에 이천 오백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김치를 담가 먹자니 재료비에 양념값까지 합치면 오히려
사먹는 김치가 훨씬 싸다. 김치 5kg에 14,500원에 세일하니
이것도 눈에 띄는 제품이다.
군만두를 담고, 어묵도 담고, 두부도 사고, 쌀 떡볶이도 사고,
청량고추도 사고, 5키로 무게의 김치까지 넣으니 쇼핑 카트가
점점 무거워지고 쌓여간다. 2층으로 올라가니 화장품이 거의
60%내지 70%정도 세일을 한다. 오늘은 제법 쇼핑을 많이 했다.
진열 된 상품을 보면 볼수록 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것 같다. 100원 때문에 쇼핑을 하러 나왔다가 잔뜩
짊어지고 가게 생겼다. 시장바구니를 가져가고도 비닐봉지
하나를 추가로 샀다. 양손에 걸머지고 집까지 걸어가려니
만만치 않다. 팔이 쑤시고 아플 정도이다.
모두가 다 100원 때문에 짊어진 일이다.
사람들은 100원의 값어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다못해 요즘은 그 흔한 눈깔사탕도 100원짜리가 드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100원이 없다면 곤란한 지경에 처할 일은
또 오죽 많은가? 요즘은 거의 모든 물건에 끝자리 100원을
단위로 가격을 매긴다. 100원 차이로 느껴지는 가격 시세는
엄청나다. 한 예로 일 만원 제품을 9,900원으로 정가를 매기면
100원 상관으로 훨씬 싼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장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100원 짜리는 이처럼 대단한
효력을 발휘한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많이 유리하다.
그리하여 오늘 같은 경우도 100원 짜리 물건을 미끼로
많은 주부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손님들이 100원짜리 물건만 사가지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들 한 가득씩 사 갈 것이 뻔하다.
이전에 대형 할인마트에서 잠시 일을 했을 때 들은 얘기로는
일인당 평균적으로 쇼핑하는 금액이 대략 39,000원 선이라 한다.
사온 물건으로 저녁에 반찬을 만들면서 깨달은 건 오늘 안 사도
됐을 물건을 공연히 샀다는 느낌이 들었다. 100원 때문에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고 낭비를 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냉장고에 먹다 남은 두부가 남은 것도 있었고 저녁밥을 먹으면
언제 또 떡볶이를 해먹게 될 런지도 모른다.
말이야 출출할 때, 만두를 구워 먹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집에서 만든 만두 같지 않고
사서 먹는 만두는 냄새도 나고 질리는 경향도 있기에...
김치 또한 사서 먹는 것은 군덕 내가 나기도 하고 깊은 맛이
나지 않아 뭔가 2% 부족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나면 맛도 변하고
고춧가루도 칼칼하고 매운 맛보다는 밋밋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음번엔 문자 메시지가 와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해야겠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쇼핑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고 반성을 해본다.
100원 때문에 혹시라도 쇼핑중독으로 빠질까봐 염려가 되기에...
< 내가 내 자신을 너무 오버했나? 하하.> (2006. 9. 15. 금)
(글쓴이: 인샬라- 신의 뜻대로, 정원-필명, 실명- 김영순)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파트 전자경비 시스템과 경비아저씨 (0) | 2007.04.27 |
|---|---|
| <바톤 터치- 재미로 이어가는 20문 20답) (0) | 2006.10.18 |
| 카메라에 얽힌 추억 한 토막 (0) | 2006.09.13 |
| 지난 여름날의 단상 (0) | 2006.08.31 |
| 천차만별인 부동산 가격과 아파트 부녀회 담합에 대하여 (0) | 2006.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