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음악, 방송, 詩 ,책 이

Evergreen- 비 오는 날

안젤라-정원 2006. 10. 23. 21:16
***비 오는 날*** (친구의 시)

비 오는 날
내 친구는 그랬습니다.
가슴이 시렵다고...
너무 외로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노라고...

꼬깃꼬깃 구석에 앉아
눈물 찍어내노라고...

비 오는 날!
사실은 아닌데...
내 친구와 같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아...

경쾌한 샹송으로
마음을 가다듬어도
구멍 뚫린 허함으로
익숙하지 않는 바람 소리 때문에
종일 서성거렸습니다.

비 오는 날
전화가 친구한테 온다면
이제는 숨김없이 말 할 겁니다.

나도 그렇다고
내가 더 많이 그런 것 같다고...
단지 말을 안 할 뿐이었노라고...

+++++++++++++++++++++++++++++++++++++++++++++++++++++++++++++++++++++
인터넷에서 글을 쓰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그녀.
아침 일찍 접속 창에 뜨는 친구등록으로 일상사를 이야기해가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절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던 친구.

비가 오는 날, 시 한 편을 올려놓고는
"너를 생각해서 쓴 글인데, 어때? 음악 좋지?"
라며 전화로 들려주던 'Evergreen' 팝송을 들으며,
나는 그날, 하루 종일 흐느끼며 울먹였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가라앉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한없이 축축 쳐지던 우울함.
누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맘쯤의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한층 증폭되는 감정의 곡선에 휘둘려 헤어나질 못했었다.

밥 먹기조차 싫었고, 꼼짝하기 싫어서 집 안도 엉망인 채로,
우울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음악을 듣는 채로, 그녀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곤 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와 나는 사소한 일로
마음이 비껴가고, 엇갈려갔다.
누구의 잘못으로 인한 건지, 잘잘못을 탓하기 전에
그녀는 '사람들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는 말로
심하게 분노하고, 마음 상해했다.

나 또한 그녀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할 만큼 말 할 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사고방식과 내가 알고 있는 말과 글과
사람에 대한 기준은 틀렸던 것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가 곤란했다.

2년여의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날, 문득 나는 그녀가 생각났고,
전화를 넣게 되었다.
그녀로 인해 나는 다음(daum)칼럼을 개설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그간의 소식을 전하면서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 목소리조차 알아듣지 못했고, 심지어는
" 연관되고 싶지 않으니까 다시는 전화를 하지 말라"
는 말로 일축하며,
"원래, 나라는 애는 성질이 못됐거든."
그런 말로 전화를 매몰차게 끊어버렸다.

전화기가 '탁~' 하고, 끊어져버리고, 차가운 밤공기가
그녀의 음성과 겹치면서 나는 심한 배신감과 함께 모멸감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이 후로, 그녀에게로 향했던 내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두었던
그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접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사람의 인연이라지만, 그녀와 나는
한번의 만남조차 없이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냈다가 한없이 멀어진 친구로 남게 되었다.

'Evergreen' 팝송을 들으면 언제나 그녀가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베란다 창을 바라보며 빗소리와 함께
내 창자 속 깊은 곳까지 심하게 전율하던 그때.

이 노래 때문에 모름지기 위로가 되기도 했고, 울적해지기도 했던
기억을 새삼, 떠올려본다.